뼈 드러난 몸에 거대 종괴…콘크리트 감옥서 구조된 '희망이'

위액트 긴급 구조…로얄동물메디컬센터서 치료 중

강원 화천의 한 도로가에 묶여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지내던 희망이.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는 지난 10일 희망이를 구조한 후 서울 로얄동물메디컬센터로 이송해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사진 위액트 인스타그램).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뼈가 그대로 드러날 만큼 앙상하게 마른 몸,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배. 강원 화천의 한 도로변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묶인 채 살아온 개 '희망이'가 처참한 모습으로 구조됐다.

희망이는 구조 직후 밤늦게 서울의 동물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새벽까지 의료진이 응급 진료에 나선 결과 심각한 영양실조를 넘어 악액질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몸 곳곳에서는 종괴가 발견됐고 암은 폐까지 전이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는 추가 검사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쇠약해 우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치료를 받고 있다.

구조 직후 서울로 긴급 이송…새벽까지 이어진 응급진료
희망이는 도로가에 놓인 콘크리트 구조물 근처에 묶여 지내고 있었다(사진 위액트 인스타그램). ⓒ 뉴스1

12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WEACT)에 따르면 희망이는 지난 10일 강원 화천군의 한 캠핑장 인근 도로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발견됐다.

당시 희망이는 짧은 줄에 묶인 채 제대로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구조 현장은 위액트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특히 구조 과정에서도 별다른 저항이나 반응 없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웅크리고 있는 희망이의 모습은 현장에 있던 구조자들과 방송을 지켜보던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했다.

희망이의 몸은 오랜 방치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갈비뼈와 척추가 드러날 만큼 말라 있었고 복부에는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거대한 종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위액트는 구조 직후 희망이를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늦은 밤 구조가 이뤄졌지만 병원 의료진은 희망이가 온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응급 진료를 준비했다.

새벽 1시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긴급 이송된 희망이를 정인성 원장이 진료하고 있다(사진 위액트 인스타그램). ⓒ 뉴스1

희망이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께. 정인성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은 새벽까지 희망이의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한 검사와 응급 처치를 이어갔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희망이는 스스로 고개를 들거나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였다. 영양 상태를 평가하는 신체충실지수(BCS)는 9점 만점에 1점으로 평가됐다. 단순한 저체중을 넘어 심각한 영양실조와 악액질(cachexia)이 의심될 정도였다.

악액질은 만성질환이나 암 등이 진행된 환자에서 체중과 근육이 심각하게 감소하고 전신이 쇠약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희망이는 염증 관련 수치와 백혈구 수치도 크게 상승해 있었다.

몸 곳곳에서는 여러 종괴가 확인됐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희망이의 암이 폐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있고 거대 종괴를 달고 있는 희망이의 상태(위액트 인스타그램) ⓒ 뉴스1

그러나 현재로서는 종양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에 곧바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시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쇠약해진 몸이 검사와 치료를 견디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의료진은 한꺼번에 검사를 진행하기보다 우선 희망이의 전신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양과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추가 검사를 통해 종괴의 정확한 상태와 향후 치료 방향을 판단할 계획이다.

정인성 원장은 희망이가 병원에 도착한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직접 상태를 살피며 진료를 이어갔다. 병원 측은 "현재 희망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태로운 전신 상태를 안정시키고 추가적인 검사와 치료를 견딜 수 있도록 몸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희망이가 치료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뷰 속 다른 개…같은 장소에서 개만 바뀌어
위액트가 과거 위성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희망이가 묶여 있던 장소에 개만 바뀌면서 사육된 정황이 드러났다(위액트 인스타그램). ⓒ 뉴스1

희망이가 발견된 장소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위액트가 과거 로드뷰 등을 확인한 결과 2016년부터 같은 자리에 개가 묶여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다. 같은 장소에서 개만 바뀐 채 사육돼 온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희망이 이전에도 다른 개들이 이곳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액트는 과거 사육 실태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구조 이후에는 자신이 희망이의 소유주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도 왔다.

위액트에 따르면 이 사람은 전화로 욕설하며 "알아서 처리할 테니 당장 희망이를 갖고 오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위액트는 희망이를 다시 화천으로 돌려보내거나 치료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입원실에서 회복 중인 희망이 ⓒ 뉴스1 한송아 기자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지금은 무엇보다 희망이의 회복을 우선하고 있다"며 "희망이를 다시 화천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우리 품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망이가 있던 장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도 같은 자리에 다른 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얼마나 많은 개들이 이곳을 거쳐 갔는지 생각하면 참담하다"고 전했다.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온 희망이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힘겨운 회복을 시작했다. 위액트와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의료진은 당분간 희망이의 전신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한 뒤 추가 검사와 치료 가능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해피펫]

위액트 활동가 무릎에 기대 쉬고 있는 희망이 ⓒ 뉴스1 한송아 기자
밥을 먹은 희망이가 일어나 활동가를 바라보고 있다. 희망이는 진돗개와 리트리버 믹스견으로 추정된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