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를 '한일합방'이라 표현…"하영 부친, 뼛속까지 친일 입증한 셈"

안상호 친일 행적 논란에 가족 대표로 해명…"망언 얹은 꼴" 역풍
"겸손하게 살겠다" 사과에도…"반성하며 살아가라" 비난 쏟아져

출처=인스타그램. 연예IN dusdpin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딸 배우 하영을 대변하기 위해 가족을 대표해 해명에 나선 아버지의 입에서 '한일합방'이라는 표현이 버젓이 등장했다.

국가보훈부는 '한일합방'이나 '한일합병'과 같은 단어를 "일본이 국권 침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라고 정의한다. 마찬가지로 하영의 부친 A 씨가 '한일합방'이라고 언급한 1910년 8월 29일은 일본이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공포해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은 날로, '경술국치', '국권피탈' 또는 '한일경제병합' 등으로 쓰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11일 일간스포츠에 하영의 부친 A 씨는 조부의 친일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많은 분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겸손하게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대정친목회는 경제인과 관료, 언론인, 교육자, 법조인, 의료인 등이 참여했으며 을사오적인 '매국노' 이완용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에 A 씨는 "조부의 이름이 대정실업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사적으로 엄중한 문제와 관련해 이러한 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후손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하면서도 당초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던 배경에 대해서는 안상호와 의친왕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자신이 보유한 서적 '한국 의학의 개척자'를 근거로 안상호가 일본에서 의친왕의 진료를 맡았고, 의친왕으로부터 조선을 위해 봉사해달라는 권유를 받아 귀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친왕은 항일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역사적 인물로 알고 있다"며 "의친왕을 늘 가까이에서 모셨기에 조부께서 친일 논란에 연루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상호의 의료계 활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A 씨는 '한일합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A 씨는 "한일합방이 된 후 일본인들이 경성의사회를 조직하여 단체행동을 하므로 안상호는 1915년 한국인 의사들을 규합하여 독자적으로 한성의사회를 조직하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 단체는 오늘날 대한의사협회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한일합방'은 일본이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제로 빼앗은 역사적 사건을 양국의 대등한 결합처럼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표현이다.

국가보훈부 역시 '한일합방'이나 '한일합병'과 같은 단어를 일본이 국권 침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비해 '경술국치'는 국가적 치욕이라는 의미를, '국권피탈'은 국가의 주권을 빼앗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A 씨의 해명은 안상호의 친일 행적 의혹에 대한 사과 과정에서 오히려 부적절한 용어 사용으로 인해 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에선 "광복절을 불과 사나흘 앞두고 이게 무슨 망언을 더 얹는 꼴이냐? 수습하려거든 역사적 사실을 똑바로 알고 해라", "경술국치라는 표현조차 헷갈린다는 것은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 "겸손하게 살겠다? 반성하며 살겠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등 스스로 친일 사상을 증명한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 A 씨는 1918년 매일신보에서 안상호가 일본인 여성과 혼인한 뒤 일본식 생활 양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일선동체'(일본과 조선을 한 몸으로 본다는 의미)의 사례로 소개된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안상호의 부인이자 저의 조모가 일본인이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논란을 통해 당시 매일신보에 실린 기사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접했다. 하지만 조부께서 일본인 여성과 혼인하게 된 배경은 의친왕께서 일본 동경에 머물 때 그곳에서 시무를 보던 여성을 소개해 결혼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안다. 일본 여성과의 혼인 자체를 친일과 연결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다시 아리송은 답을 내놨다.

논란의 시작은 하영이 지난 7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증조부(안상호)께서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라고 4대째 의사 집안 출신이라고 소개하면서다.

이와 함께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고, 이후 1918년 매일신보에 실린 기사에 안상호가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뒤 "나는 일본 사람과 똑같다, 지금 조선 옷은 한 벌도 없고 매운 음식도 못 먹는다"라고 말한 사실이 밝혀지며 친일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