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 문 열리자 지팡이로 '퍽퍽'…택배 기사 이유 없이 폭행한 아파트 주민[영상]

JTBC '사건반장'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아파트에서 배송을 마치고 귀가하던 택배 기사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입주민에게 지팡이로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일 JTBC '사건반장'에는 수년째 택배 배송을 하고 있는 40대 가장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 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배송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당시 그는 배송한 택배 상자를 정리하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고령의 남성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며 지팡이를 휘둘렀고, A 씨는 명치 부위를 강하게 가격당했다. 이어 낭심을 향해 지팡이를 찔렀고, A 씨는 이를 손으로 막는 과정에서 허벅지까지 다쳤다.

당시 상황은 A 씨가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에 그대로 담겼다.

A 씨는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세게 맞았다"며 "놀라서 소리도 못 냈고, 이후 명치와 낭심 쪽까지 공격당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해 남성은 "왜 내가 오는 걸 보고도 엘리베이터를 그냥 올라갔냐"고 소리쳤고, 택배 상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욕설을 이어갔다.

A 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신고해라. 확 쥐어박아 버리겠다"며 다시 지팡이를 들어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디캠 영상을 확인한 결과, A 씨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직후 택배를 정리하고 있었고, 문 닫힘 버튼은 함께 탑승한 다른 입주민이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가해 남성이 다가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JTBC '사건반장'

폭행으로 A 씨는 늑골 염좌와 흉부 타박상을 입었으며 추가 치료를 받고 있다.

알고 보니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전부터 갈등도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엘리베이터를 새로 교체한 뒤 택배 기사들의 카트 사용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무거운 상자를 손으로 일일이 나르며 엘리베이터를 수십 차례 오가야 했다.

A 씨는 "가해 남성이 이전에도 '택배 놈들이 왜 엘리베이터를 쓰냐'며 여러 차례 욕설을 했다"며 "그때마다 그냥 사과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사건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제가 계속 일해야 하는 현장이라 사과만 해주면 좋게 끝내려고 했다"며 "하지만 끝내 사과도 없어서 결국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초등학생 외동딸이 우연히 보디캠 영상을 본 뒤 받은 충격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다.

딸은 영상 속에서 아버지가 노인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보고 "할아버지가 왜 아빠를 때리냐"고 물었고, A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상처를 받았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가 고령이고 몸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왜 그렇게 항의했느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오히려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현재 가해 남성은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A 씨는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며 "택배기사들이 최소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