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숙소 '바가지' 제재 강화하지만…'최고가 9999만원' 못 막는다

'성수기 널뛰기' 여전히 한계…"업체 자발 참여 유도해야"

서울 종로구 북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지나며 한옥마을을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다음달 4일부터 한옥 숙소 '바가지' 영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다만 '높은 가격'을 규제할 방법은 마땅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뉴스1 취재진이 돌아본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일대 한옥숙소 10곳은 9곳은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체로 온라인으로 예약부터 결제까지 마치고 숙소 자체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식이다.

숙소들은 형태와 규모에 따라 가격 편차가 컸다. 10만 원대 게스트하우스부터 200만 원을 호가하는 독채 숙소까지 있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간 가격 차이도 적게는 10~20만 원이었으나 편차가 큰 곳은 비수기와 성수기의 가격이 각 140만 원 수준에서 200만 원 이상으로 가격 변동 폭이 컸다.

'최고가'가 높게 설정된 경우도 있었다. 북촌마을 내 한 한옥 숙소는 2인 1박 기준 최고 가격을 9999만 9999원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숙소들은 대체로 △성수기 △비수기 △주말 △평일 등에 따라 가격 기준을 달리 설정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설명해 뒀다. 각 객실에 따른 가격을 구별해 표기해 둔 곳도 있었다.

다만 일부 숙소의 경우,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등 예약 홈페이지에서 날짜를 선택하면 비로소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전용으로 운영되는 경우 이러한 경향이 컸다.

문제는 법이 개정됐음에도 이러한 경우들이 대체로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28일 국무회의에서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됐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바가지요금 근절대책'의 후속 조치다.

지난해 외국인 입국자가 1894만 명으로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071만 명을 넘어서는 등 'K-관광'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내국인 지역여행수요 증가하는 데 따라 정부는 '2030년 입국 3000만 명'을 2029년에 조기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광 관련 제도 및 정책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한옥 숙소 등 한옥체험업은 숙박 요금을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한 금액보다 높게 받을 경우 첫 적발부터 5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시정명령에 그쳐 법 준수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만 법안은 계약 체결 전 고객들에게 가격이 안내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격 변동이 있더라도 이를 사전에 고지한다면 문제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요금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계약 전 충분히 소비자한테 정보 고지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되는 것"이라며 "문헌상 요금표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객실이 얼마'라는 명확한 요금표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의 경우 할인이나 시기 등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요금표 이상으로 금액이 산정되지 않으면 준수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예약 홈페이지 갈무리)

외국인 관광객들은 가격과 관련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옥 숙소에 묵었다는 한 프랑스인 관광객은 "숙소가 정말 좋았다"면서도 "가격이 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맞다"고 했다. 미국인 관광객 밀런(30대)도 "내가 예약한 숙소 가격은 괜찮았지만 검색할 때 가격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해외의 경우 최고가와 실제 판매 가격이 너무 많이 차이가 날 경우 규정을 두고 제재를 한다"며 "(한옥체험업은 아니지만) 삼척 등 몇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성수기 상한선을 설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당근과 채찍을 같이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숙박 페스타' 등 정부 지원 사업에서 최고가를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등 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당근'의 개념을 좀 더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아고다, 부킹닷컴 등 플랫폼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공유 숙박업소로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있어 가격 면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런 곳들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