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가져다주면 내 몫은 20만뿐"…가족 ATM 노릇하다 탈출한 여성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부모의 통제 속에서 월급을 모두 빼앗기고 오빠의 결혼 자금과 사업 자금까지 떠안았다는 20대 여성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20대 후반 A 씨는 가족의 경제적 착취와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났다.
부모는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했던 오빠를 각별히 챙겼다. 반면 건강했던 A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번 돈은 모두 부모가 관리했다.
A 씨는 "월급은 부모님이 통째로 관리했고 저는 매달 용돈 20만 원만 받았다"며 "교통비와 식비를 해결하면 친구 한 번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결국 오빠의 결혼 자금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혼 후에도 오빠는 카페 창업을 이유로 돈을 요구했고 부모는 A 씨에게 대출을 받아주라고 압박했다.
거절했지만 부모와 오빠의 설득 끝에 결국 자신의 명의로 1억 원을 대출받아 건넸다. 오빠는 처음 몇 차례만 이자를 낸 뒤 상환을 중단했고 현재까지도 A 씨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경제적인 착취뿐 아니라 일상적인 통제도 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출하면 부모에게서 전화와 문자가 수십 통씩 왔다"며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던 날에는 아버지가 갑자기 머리채를 잡고 때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부모 말을 거스르는 게 불가능했다"며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A 씨가 독립을 결심하자 부모의 통제는 더욱 심해졌다. 그는 "회사에 도착하면 연락하라는 문자가 계속 왔고 전화도 수십 통씩 했다"며 "회사 앞까지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월급이 끊길까 봐 부모가 저를 붙잡으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는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오기로 결심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간다고 둘러댄 뒤 미리 모아둔 비상금으로 용달차를 불렀고, 사정을 들은 기사도 흔쾌히 도움을 줬다.
A 씨는 "부모님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필요한 짐만 20분 만에 옮겨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낯선 지역으로 이사한 뒤에도 한동안 가족이 찾아올까 두려워 외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는 이후 전화를 걸어 "부모 버리고 나가서 얼마나 잘 먹고 잘사나 두고 보겠다"고 경고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가족에게 폭력과 경제적 학대를 당한 사례"라며 "심리 상담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는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대출은 제보자 명의지만 실제 사용자는 오빠인 만큼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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