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때리고 살았는데…쫓겨난 아버지 생활비 요구, 거부할 수 있나요"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술과 폭력으로 가족을 괴롭혀 집에서 쫓겨난 아버지가 아들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며 부양 의무를 주장해 고민이라는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40대 가장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 씨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일도 자식도 아닌 일흔을 앞둔 아버지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제 기억 속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며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집에서 술만 마셨고 가족의 생계는 모두 어머니가 책임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새벽에는 시장에서 장사하고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건물 청소까지 하며 저희 남매를 키우셨다"며 "하지만 아버지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술에 취하면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회상했다.

가정폭력은 결국 가족을 흩어놨다. A 씨는 "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싫다며 집을 나가 연락을 끊었고 저는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 곁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지난해 말 술에 취한 아버지가 또다시 어머니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경찰에 신고한 A 씨는 "출동한 경찰이 어머니 상태를 확인한 뒤 아버지에게 집에서 나가 어머니와 분리해 지내라는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덕분에 어머니는 오랜만에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다시 연락해 왔다.

A 씨는 "아버지가 집으로 다시 들어가겠다고 하더니 저에게 생활비를 보내라고 했다"며 "'부양 의무가 있지 않느냐'며 당당하게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시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고 이혼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A 씨는 "아버지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면 어머니가 거부할 수 있는지, 또 자식인 제가 생활비를 반드시 보내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조언을 구했다.

조윤용 변호사는 아버지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더라도 어머니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경찰의 임시 조치 연장이나 법원의 피해자보호명령을 통해 접근 금지와 분리 조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혼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분리 조치와 별거 사실만으로도 이혼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성인 자녀의 증언과 가사 조사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생활비 요구와 관련해서는 "민법상 성인 자녀에게 부모를 부양할 의무는 있지만 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인정되는 2차적 부양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부모가 과거 자녀를 부양하지 않았더라도 부양의무가 인정된 판례가 있지만 최근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경우 부양료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본 사례도 있다"며 "부모와 자녀의 경제 상황, 과거 양육 책임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