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낙태약 방치 무책임"…원민경 "직 걸겠다" 도입 드라이브
낙태죄 헌법불합치 7년…식약처 "법 개정 완비되면 추진"
해외직구·불법유통 여전…성평등부 "식약처 적극 검토해야"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국내에 정식 허가된 임신중지 의약품이 없어 불법 유통에 의존하는 현실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대응을 질타하면서 수년째 결론을 내지 못한 낙태약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는 임신중지약 도입을 위한 공식 협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성평등부는 임신중지약 도입을 위해 연내 모자보건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장기간 방치 상태를 질타한 뒤 실무선에 머물던 도입 논의가 공식 협의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다 보니 사고도 발생한다"며 "정부가 이런 상태로 두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지 7년이 지났지만 낙태약 사용 허가와 관련법 개정 등 보완 대책은 미진한 상태다.
제도권 안에서 낙태 허용이 이뤄지지 않자 온라인에서는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판매 적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임신중지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병원마다 비용이 다르게 책정되는 문제도 잇따랐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온라인상에서 적발된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유통 건수는 총 2641건으로 집계됐다.
임신중지약을 허가하려면 임신 주수 등 투약 기준의 법적 근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약물이 아닌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사유만 규정해둔 상태로, 시행령에서는 임신 24주 이내에 수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현대약품이 낙태약 미프지미소(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에 대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세 차례 신청했지만 모자보건법 등 개정 필요성을 이유로 식약처 허가 심사 절차는 잠정 중지됐다.
미프지미소는 임신 6~9주 안에 복용해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미국 등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모자보건법 개정 전이라도 절충안을 검토하라는 이 대통령 지시에 "성평등부가 주관하고 법체계가 완비되면 저희는 행정을 한다"고 답했다.
임신중지 허용 주 수와 적용 범위가 먼저 법률로 정해져야 위해성 관리계획 등 품목허가 심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도 지난달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기 안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식약처에 적극적인 검토를 거듭 촉구했다.
원 장관은 최근 성평등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해외 많은 국가에서 법령 규정 없이도 허가 사항과 지침 등으로 약물사용 규정을 한다"며 "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식약처 등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에는 남인순·이수진·손솔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3건이 위원회별 심사 단계에 있다. 세 법안 모두 임신중지 사유와 배우자 동의 제한을 없애고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제도권 의료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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