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노동자 위해 문 앞 얼음물…마포 주민 100명이 만든 오아시스

주민 참여 생수나눔 캠페인…배달노동자 얼음물 제공
"생수 나눔 넘어 폭염 노동 대책 마련해야" 목소리도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 앞에서 열린 '마포구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2026.6.22 ⓒ 뉴스1 김범수 수습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오늘도 배달된 택배를 봤어요. 저는 집에서 편하게 배달받는데, 누군가는 아침부터 서둘러 배달해 주신 거잖아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 앞에서 열린 '마포구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현장. '마포 오아시스 100 챌린지'에 참여했다는 주민 김시원 씨는 활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마포 오아시스 100 챌린지'는 주민이 배달 주문 시 문 앞에 얼음물을 비치해 이동노동자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폭염 속 장시간 야외 노동을 하는 배달 라이더와 택배기사 등에게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물을 건네자는 취지다.

김 씨는 3~4년 전 6개월가량 배달 라이더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여름이 아닌 한겨울에 일했는데도 노동환경이 너무 위험하고 열악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평소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만 직접 감사하다고 말할 기회가 없어 마음에 걸렸다"며 "이런 이벤트가 있다고 해 감사한 마음을 전할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목표였던 주민 100명 참여 달성을 기념해 열렸다. 주민들이 각자 집 앞에 얼음물을 내놓는 방식의 챌린지를 마무리하고, 이를 지역 거점으로 넓힌 '마포 얼음물 지도'도 함께 공개했다.

배달 라이더 등 이동노동자는 지도를 통해 생수 나눔에 참여하는 거점을 확인하고 이동 중 얼음물을 받을 수 있다. 두레생협과 카페, 호프집, 이동노동자 쉼터, 마포창업복지관 등 냉장고가 있는 지역 거점도 생수 나눔에 참여했다.

조영권 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은 "클릭 한 번이면 집 앞까지 배달되는 편리함 이면에는 폭염 속에서도 도로 위를 달리는 노동자들이 있다"며 "마포 곳곳이 오아시스가 돼 이동노동자들이 지역사회의 돌봄 속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경 수도권기상청장은 "폭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조용한 살인자'"라며 "올해도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동노동자들은 기상 정보를 자주 확인하고 건강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이동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문성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북서울지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에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배달노동자들에게는 없다"며 "폭염에 정말 필요한 것은 생수 한 병보다 '죽음의 노동을 멈춰 달라'는 그 한마디, 그 권리"라고 말했다.

마포 얼음물 지도 및 집 앞에 놓여 있는 얼음물 가방.(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