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마다 버려진 여의도 10배 종이 공보물…"선택적 배포·디지털화 필요"

2022년 5.8억부 사용…수천억 세금 투입, 환경오염도
"필요한 유권자만 받도록…단계적 전환해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4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 선거공보물이 배달돼 있다.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가정에 배달된 종이 선거공보물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종이 선거공보물이 사실상 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막대한 세금 투입·환경 오염 문제도 지적되면서 현행 선거공보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지선에선 공보물 5억8000만부가 사용됐다. 이 공보물을 한데 모으면 여의도 면적의 10배(2.9㎢) 규모다. 이를 한 줄로 이으면 15만6460㎞에 달한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선거공보는 지난 24일까지 발송돼 각 가정에 배달됐다. 유권자는 선거공보를 통해 후보자의 정책·공약과 재산·병역·납세·전과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정당·후보자가 선거공보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무투표 선거구인 경우 선거공보는 발송되지 않는다.

"대충 훑거나 봉투째 버린다"…'외면'받는 종이 선거공보물

하지만 종이 선거공보물이 이른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는 '공보물 일일이 잘 안 읽는다' '종이에 세금을 쏟아붓는다' '어차피 이미 누구 뽑을지는 정해졌다' 등 종이 선거공보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선거권이 있는 국민 6820명을 대상으로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종이 공보물을 어떻게 활용하냐'는 물음에 52.2%가 '대충 훑어봄'이라고 답했다.

'봉투째 버린다'는 응답은 18.8%에 달했다. 이어 △읽지 않음(17.5%) △자세히 읽음(11.4%) 순으로 많게 나타났다.

종이 공보물을 뜯지 않고 그냥 버리는 이유로는 응답자 1280명 중 55.7%에 해당하는 713명이 'TV 등으로 이미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후보자 공약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30.7%,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이 11.7%로 뒤를 이었다.

종이 공보물 비용 '부담'…재활용도 어려운 현실

종이 공보물에 투입되는 막대한 세금도 간과할 수 없다.

전공노는 앞서 언론 공지를 통해 "종이 공보물에는 종잇값, 인쇄비뿐 아니라 각 가구로 배달되는 우편 비용까지 합치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된다"며 "공보물 운반, 발송을 위한 봉투투입 작업 등에 동원되는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종이 공보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지선 당시 공보물과 투표용지, 벽보 등 인쇄를 위해 사용된 종이의 양은 1만 2853톤에 달했다. 종이 1톤을 생산할 때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지난 지선으로 30년 된 나무 21만여 그루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공보물의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 종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일반폐기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한가득 쌓인 책자형 선거공보물(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2.2.21 ⓒ 뉴스1 김영운 기자
"종이 선거공보, 단계적·점진적 디지털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현행 종이 선거공보 시스템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고려해 단계적·점진적인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고려해 종이 공보물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종이 공보물이 필요한 유권자가 선택해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배달 플랫폼도 예전에는 일회용품을 기본 제공했지만, 지금은 이용자가 선택해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어 "(종이 선거공보물을) 재활용 가능한 종이 재질로 바꿀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종이 공보물을 원하는 유권자에게만 배포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긴 하지만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고령층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종이 공보물과 디지털 공보 방식이 공존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종특별자치시와같이 젊은 층이 많은 도시 지역부터 디지털 공보물을 시범 도입해 보고, 그 효과가 확인되면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종이 공보물을 일괄 배포하기보다는 정당 활성화에 기반한 주민 참여를 통해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가는 구조에 가깝다"며 "(정치 환경이 달라) 해외 사례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디지털화 시범 도입은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