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순직' 임성근 징역 3년…"무리한 지시로 사고"(종합2보)

법원 "임성근, 책임 회피하거나 은폐하기 급급"
채 상병 母 "임성근 과실 인정 안 해…형량 실망" 오열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 뉴스1

(서울=뉴스1) 문혜원 한수현 유수연 기자 = 수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해병대원이 순직한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무리한 지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8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 채 상병은 해병 입대 4개월 만에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부부는 30대 후반 시험관으로 힘겹게 얻은 아들을 떠나보냈다"며 "일부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도 엄중한 형벌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함께 기소된 해병대의 박상현 전 1사단 제7여단장과 최진규 전 1사단 포병여단 포11대대장은 금고 1년 6개월,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은 금고 10개월, 장 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 전 여단장은 판결에 불복해 이날 선고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포병대대 압박…적극적·공세적 수색만을 지시"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작전 1일 차인 2023년 7월 18일 포병대대를 반복적으로 질책하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 7월 18일 '도로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수변으로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며 도로정찰 지침을 폐기하고 수중과 수변의 구분이 어려운 현장 상황과 괴리된 적극적·공세적 수색만을 지시·강조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작전 1일 차에 임 전 사단장이 박 전 여단장에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 작전 지휘 감독 체계에 중대한 흠결을 야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소속부대장(박상현)은 행정·군수·군기 등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보유해 지원 사항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 방문을 한 점, 군 관례상 현장지휘관이 상관의 현장 지도를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업무상 과실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임 전 사단장의 명령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작전통제권자인 육군 50사단장이 박 전 여단장에게 작전 철수 지침을 내렸음에도 피고인은 이에 반해 작전을 지속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상부 승인 받은 것처럼 '허리 깊이' 수색 지시"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 등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에 대해 "별다른 설명 없이 '장화 깊이까지 들어가라'고 해 포병부대에 수변 수색 범위와 관련 혼동을 초래했고 수중 진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마치 상부의 승인을 받은 것처럼 2023년 7월 18일 밤 '내일은 허리까지 들어간다'고 결정해 다른 포병대대장들에게 허리 깊이까지 수중수색을 실시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대장에게는 "최 전 대대장의 '허리 깊이' 지침의 의미나 내용을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지시하고,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고 했다.

끝으로 장 전 중대장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판단이 아니라 거스르기 어려운 상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위험한 수중수색을 감행했다"며 금고형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채 상병 母 "징역 3년이라니, 너무 적다"

재판부는 수중수색이 이뤄진 근본적인 원인은 '성과를 위한 사단장의 적극적·공세적 수색 지시' 등 윗선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부대원들의 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하는 사단장으로서 물가 입수를 통제하는 명확한 지침을 발령·전파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이 지시나 개입 없이 여단장에게 작전지휘 일체를 맡겨두기만 했더라도 2023년 7월 19일(사고 당일) 실종자 수색작전은 지휘관들의 위험성 판단 재량에 따르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에 관해 가장 책임이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피고인은 사고 이후 포3대대의 수중수색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에 관한 정황 증거를 은폐하거나 부하들이 받은 조사내용을 확인해 대응논리를 수립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임 전 사단장 등의 행위는) 상급 지휘관이 책무를 소홀히 한 부작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 위험을 인지한 상황에서 위험을 가중하는 지시를 하는 등 작위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채 상병 어머니는 선고 직후 법정에서 "재판장님, 임성근 형량이 너무 적게 나왔습니다. 징역 3년이라니 너무 적어요. 끝까지 과실을 인정하지 않잖아요.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요"라며 오열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제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지휘관들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로 허망하게 보낸 부모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게 법의 엄중함을 보여줄 줄 알았다"며 "형량에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 측 변호인은 선고 이후 "항소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법원이 1심 징역 3년을 선고한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채상병 어머니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6.5.8 ⓒ 뉴스1 최지환 기자
사고 발생 2년 9개월여 만에 1심 선고

이번 선고는 2023년 7월 19일 사고 발생 이후 2년 9개월여 만에 나온 1심 결론이자,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 출범 후 첫 기소 사건의 1심 결과다.

임 전 사단장 등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수색을 지시해 해병대원 1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해병대원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임 전 사단장에게는 작전통제권을 육군 제50사단장에게 넘기도록 한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을 어긴 혐의(군형법 제47조 명령 위반)도 적용됐다.

박상현 전 여단장은 현장 지휘를 맡은 인물로, '바둑판식 수색' 등 지시 사항을 최진규 중령에게 전달하고 '직접적인 행동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등 해병대원들에게 실종자 수색을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최 전 대대장은 임 전 사단장과 박 전 여단장의 지시 사항을 이용민 전 대대장 등에게 전달하면서 명시적인 상급 부대 승인 없이 '허리 깊이 입수' 등을 거론한 혐의가 있다. 이 전 대대장은 이런 지시를 부대원에게 하달해 사고가 발생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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