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두려움보다 연민 부른 '늑구'…달라진 시선이 던진 질문

오월드 늑구 계기, 동물원 전반 재검토 필요해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수컷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포획됐다. 17일 관계자들이 오월드로 이송된 늑구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4.17 ⓒ 뉴스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동물원 밖으로 나온 맹수. 늑대 늑구를 향한 반응은 이전과 달랐다.

초반부터 '사살 아닌 생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두려움보다 안타까움이 먼저 번졌다.

한때 탈출한 맹수 소식이 전해지면 공포와 불안이 앞섰던 것과는 다른 장면이다. "또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연민과 책임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반응은 달라졌지만, 전개는 다르지 않았다. 동물원 동물의 탈출, 그리고 수색. 포획이냐 사살이냐를 두고 반복되는 논쟁.

늑구의 포획과 함께 관심은 사그라들 것이다. 하지만 질문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야생동물 전문가인 최현명 청주대 동물보건복지학과 교수는 저서 '늑대가 온다'에서 늑대를 직접 추적하며 마주한 경험을 풀어낸다. 수십 차례 몽골과 중앙아시아를 오가며 늑대를 쫓았던 그는 늑대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존재로 그린다.

책 속의 늑대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주친 순간조차 짧고 그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존재. 그 경계가 유지될 때 비로소 야생은 성립한다.

최현명 교수는 저서 '늑대가 온다'에서 늑대를 직접 추적하며 마주한 경험을 풀어낸다(양철북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하지만 인간의 관리 환경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 경계는 무너진다.

야생에서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동물이 관리와 전시, 혹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동물원이라는 전시 공간에서는 야생성과 인간 의존성이 뒤섞인 상태에 놓인다.

늑구 역시 이러한 경계 위에 놓인 존재다. 익숙한 반려동물도 야생에 속한 존재도 아닌 경계 위의 동물이다. 결국 이번 탈출은 단순한 사고라기보다 경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예고된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주로 드러난 감정이 공포가 아니라 연민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

'또 죽이면 안 된다'는 반응은 단순한 동정심이라기보다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 가깝다. 탈출과 사살이라는 익숙한 결말을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이번 상황을 두고 "사고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지만 동물원의 전반적인 문제를 함께 드러낸 계기"라고 짚었다.

이어 "잡히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동물원의 관리 인력 보강이나 시설 관리, 동물복지 문제까지 함께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늑대를 둘러싼 인식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신과 전설 속 이미지로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등 늑대를 과도하게 흉포한 존재로 인식해 왔다"며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면서 두려움이 줄고 연민을 느끼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고가 없었다면 늑대에 대해 이 정도로 관심을 가졌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늑구는 포획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늑구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환경 속에 두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외면해 왔는가.

이번에도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늑구는 이미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