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아프길"…공장에 묶여 산 초대형견 '장수'의 마지막 시간

[내새꾸자랑대회]덩치 큰 사랑둥이 '장수'

전남 광주 한 산업단지 공장 내에서 발견된 장수. 오랜 기간 공장견으로 묶여 살다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장수는 정말 억울합니다. 힘든 시간을 겨우 버티고 이제야 희망을 보려던 순간이었거든요."

20년 넘게 동물 구조와 보호 활동을 이어온 개인 봉사자 김지원 씨(코난 아빠)는 말을 잇지 못했다.

12일 김지원 씨에 따르면 장수는 지난 1월 5일 광주광역시의 한 산업단지 공장 모퉁이에서 발견됐다. 목에는 무거운 쇠사슬을 매단 채 웅크리고 있었다. 장수를 발견한 공장 직원이 몇 번이나 자리를 떠밀려도 다음 날이면 다시 그 자리에 돌아와 앉아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버텨왔는지 가늠조차 어려운 몰골이었다.

전남 광주 한 산업단지 공장 내에서 발견된 장수. 오랜 기간 공장견으로 묶여 살다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전남 광주 한 산업단지 공장 내에서 발견된 장수. 오랜 기간 공장견으로 묶여 살다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장수 사연을 접한 최초 구조자는 '일단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공장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트럭에 실려 병원으로 향한 장수의 상태는 처참했다. 털은 오물과 뒤엉켜 단단히 굳어 있었다. 가위조차 들어가지 않아 전동 이발기로 전신을 밀어야 했다. 털을 벗겨내자 드러난 몸은 더 심각했다. 큰 체구와 달리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의 영양실조, 탈수 상태였다.

트럭을 타고 동물병원으로 이동하는 장수(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검사 결과는 더욱 가혹했다. 심장사상충 3기, 온몸에 다발성 종괴, 심각한 외이도염까지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정지훈 광주 진월동물병원 원장은 구조 직후 위태로운 상태의 장수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탰다. 이후 장수가 서울로 이동한 뒤에도 직접 올라와 약을 지원하는 등 치료를 이어가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정지훈 광주 진월동물병원 원장과 장수(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문제는 이후였다. 체중 35㎏에 달하는 초대형견인 장수를 받아줄 곳이 없었다. 보호소 역시 대형견 수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김 씨는 "초대형견은 국내 입양 확률이 0.1% 수준"이라며 "해외 입양조차 최근 급감해 현실적으로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장수는 광주에서 두 차례 임시보호처를 거쳤지만 더 이상 맡아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때 김 씨가 손을 내밀었다. 지난 2월 9일 장수는 서울에 있는 김 씨 집으로 옮겨졌다.

김 씨는 이미 심장병을 앓고 있는 코카스파니엘 '타이루'를 돌보고 있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장수를 외면할 수 없었다.

구조된 후 장수가 밝게 웃으며 뛰는 모습(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김지원 씨 집에서 돌봄을 받게 된 장수(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서울로 온 장수는 치료를 시작하며 조금씩 삶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됐다. 심장사상충 치료 부작용으로 코피를 쏟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 로얄동물메디컬센터를 찾아 검사한 결과 퇴행성 디스크와 근염 진단을 받았다.

심장사상충 치료 중 부작용으로 코피를 쏟으면서도 표정이 밝은 장수(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1차로 주저앉았을 때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걷기 시작한 장수(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입원 치료 후 회복의 기미가 보이던 어느 날 또다시 고관절 부위 골절이 발생했다. 단순 골절이 아니었다. 정인성 로얄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외상보다는 골육종 가능성을 의심했다. 정밀 검사 결과 단기간에 암이 다리에서 폐까지 전이된 상태로 확인됐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 장수의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하고 있다. 검사 결과 장수는 골육종으로 암이 폐까지 전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골육종으로 부러진 다리 CT 사진(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임시 보호자 김지원 씨가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 입원한 장수를 면회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수술을 해도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한 달 남짓. 어떤 선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혈액 수치가 안정적이지 않아 수술 시기조차 잡기 어렵다.

김 씨는 "이건 정말 가혹한 선택지"라며 "이제야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아이에게 너무 잔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장수는 입원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김 씨는 매일 병원을 찾아 장수를 만난다.

장수의 이야기는 혼자가 아니다. 구조부터 치료까지 많은 이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김 씨는 "광주에서부터 지금까지 수의사 선생님들과 많은 분들이 함께 장수를 살려주고 있다"며 "그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로얄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의료적 배려와 진심을 느꼈다"며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려는 마음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치료비 후원과 함께 '대모, 대부'를 자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김 씨는 "저는 장수를 돌보는 대리인으로서 많은 분의 마음을 대신해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씨의 바람은 단순하다.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든, 장수에게 세상의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7~8살로 추정되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믹스견 장수. 5년 이상 쇠사슬에 묶여 살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는 순둥이다.

입원 중 임시 보호자 김지원 씨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장수 ⓒ 뉴스1 한송아 기자

김 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장수를 응원해 주세요. 지금도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조금 더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관심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반려견 운동장에서 체구가 5배 이상 차이 나는 다른 강아지에게 꼼짝 못하는 장수(코난 아빠 제공) ⓒ 뉴스1

◇이 코너는 대한민국 대표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와 함께합니다. 사연이 채택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는 네츄럴코어에서 맞춤형 펫푸드를 선물로 드립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