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탈출이 드러낸 오월드 민낯…3300억 재창조 사업 도마 위
전문성 없는 운영 한계…공공동물원 구조 지적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대전 오월드 늑대 탈출 사건을 계기로 해당 시설 전반의 동물복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과 운영 문제의 결과로 보고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이번 늑대 탈출 사고 이전부터 '오월드 재창조 사업'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당시에도 대규모 공사채 발행을 통한 시설 확장 중심 계획이 공공동물원의 역할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업 방향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9일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제공한 영상 자료에 따르면 늑대 사파리뿐 아니라 오월드 내 주랜드 시설 전반에서 동물복지 문제가 확인된다.
영상에는 프레리도그가 유리 벽을 반복적으로 긁고, 펭귄이 더 나아갈 수 없는데도 유리 벽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하며 같은 구간을 반복 수영하는 등 정형행동이 나타나는 모습이 담겼다. 이는 스트레스나 부적절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상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녹색연합 측은 "관람객 중심 구조와 놀이기구 소음, 제한된 공간 등 복합적인 요인이 동물의 비정상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정 동물사 문제가 아니라 오월드 전체 운영 방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진 중인 3300억 원 규모의 '오월드 재창조 사업'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해당 사업은 2031년까지 오월드 전면 개편을 목표로 초대형 롤러코스터 등 익스트림 놀이시설 확충과 가족형 어뮤즈먼트 구역 재구성, 사파리 면적 확대, 늑대 사파리와 연계한 글램핑장, 워터파크 등 체험형 관광시설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사실상 놀이시설과 관광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라며 "동물복지 개선보다 관람과 소비 중심 개발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송송이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사파리 확대 역시 단순 면적 확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동물이 종 특성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의 변화 계획은 부족하다"며 "소음, 밀집 구조, 인력 부족 문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시설만 늘리는 것은 본질적인 개선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의사인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동물원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늑대는 넓은 구릉지대를 이동하며 무리가 흩어졌다 모이는 이합집산 형태로 살아가는데, 동물원에서는 무리 자체가 고정돼 자연스러운 사회 구조가 형성될 수 없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생태'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원이 말하는 '생태'는 실제 생태와는 거리가 있다"며 "늑대에게 생닭을 던져주고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어떻게 생태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야생에서 분리된 동물을 가둬 전시하는 방식 자체가 생태를 설명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현장 인력 구조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송 활동가는 "적은 사육 인력이 많은 동물을 관리하는 구조에서는 사육사도 과중한 부담을 안고 동물 역시 제대로 돌봄을 받기 어렵다"며 "이번 사고 역시 관리 체계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환경 개선과 관리 체계 재정비가 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운영 주체의 변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최 대표는 "동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행정 중심 구조로는 개선이 어렵다"며 "동물복지 전문가와 현장에서 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이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활동가 역시 "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동물행동과 복지 기준에 맞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늑대 탈출 사고를 계기로 오월드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재창조 사업의 전면 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방식으로는 사업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3300억 원 공사채 발행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도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일단 중단하고 방향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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