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직후 쓰러진 외국 승객…'닥터콜' 순간, 한국 의사 7명 달려왔다

(김정환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비행기 안에서 심정지 위기에 놓였던 외국인 여성이 기내에 탑승 중이던 전문의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목숨을 구한 사실이 전해졌다.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적은 글을 남겼다.

글에 따르면 지난 24일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이륙 직후 기내 의료진 호출인 '닥터콜'이 울렸다. 승무원들은 승객 중 의사를 다급히 찾았고, 한 중년 외국인 여성이 기내 화장실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항공기에는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이던 의료진들이 다수 탑승해 있었다. 대한가정의학과 이사장인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교수, 김정환 교수, 명승권 국립암센터 대학원장 등 총 7명이었다.

김 교수는 "닥터콜이 울린 후 일어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약 2초간 고민하는 사이 앞에 앉아 있던 김철민 이사장님이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후배인 내가 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이어서 이사장님을 따라 환자 쪽으로 가보니 안색이 창백한 한 중년 여성이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고 승무원 두어 명이 그녀를 둘러싸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이사장이 기도 확보를 하기 위해 삽관을 시도했지만 혀가 뒤로 말려들어 가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 후두경으로는 삽관이 어려워지자 후두마스크를 사용해 기도를 확보했다.

(김정환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그사이 김 교수는 기내에 비치된 청진기로 호흡음을 확인하며 수동식 인공호흡기(앰부백)를 동원해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김 교수는 "환자 호흡음이 너무 약해 이러다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며 "자발적 호흡이 점차 약해지는 걸 느끼고 일단 앰부백을 짜 강제로 인공호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수축기 혈압이 8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곧 심정지까지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환자는 우측 뇌경색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의사들도 환자 곁에 모여 3시간 30분 동안 응급처치를 도왔고 환자는 점차 의식과 호흡을 회복했다. 떨어져 가던 혈압도 다시 올라 수축기 혈압이 190~200까지 올랐다.

김 교수는 "이제는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의식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작은 질문에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이면서 답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항공기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직후 환자는 대기 중이던 현지 의료진에게 인계됐으며 승무원들은 끝까지 치료에 힘쓴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교수는 "비행기를 타면서 닥터콜을 받는 경험은 간혹 있지만 이 정도의 위중한 환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특히 마침 이렇게 많은 의사가 학회 참석을 위해 한 비행기에 타고 가는 경우에 이런 환자를 만나는 일은 더 드문 경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