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아리셀 공장 화재서 실종자 찾아낸 화재탐지견 '가호·하나'
전국 119구조견 41두 중 화재탐지견 2두…후속 양성 중
이민균 훈련관 "탐지견은 동료…믿고 맡기면 알려줘"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전국에서 단 2마리인 화재탐지견 '가호'와 '하나'가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돼 잔해 속에서 수색 단서를 찾아내며 구조대 수색 범위를 좁혔다.
화재로 내부가 크게 훼손된 현장에서는 무엇이 무엇인지 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을음과 잔해가 뒤섞여 있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서 탐지견은 사람보다 먼저 단서를 찾아낸다.
화재 발생 다음날인 21일 아침, 현장에 투입된 가호와 하나는 구역을 나눠 각각 수색에 나섰다. 당시 현장은 열기와 연기가 남아 있어 즉시 투입이 어려웠고, 안전이 확보된 이후 수색이 이뤄졌다.
두 탐지견은 서로 다른 구역을 훑은 뒤 같은 지점에서 반응이 나타나면 구조대가 해당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이어갔다. 넓은 공간을 무작정 뒤지는 대신, 반응이 나타난 지점을 기준으로 범위를 좁혀가는 방식이다.
이민균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 훈련관은 "화재 현장은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탐지견을 활용하면 수색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을 줄이고, 대원들의 위험 노출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탐지견은 일반 구조견과 달리 짖지 않는다. 연기와 분진이 가득한 환경에서 노출을 줄이기 위해 특정 지점에서 멈추거나 앉고, 바라보거나 앞발로 긁는 '주시 반응'을 보인다. 두 탐지견이 같은 지점에서 동일한 반응을 보일 경우 이를 기준으로 표식을 남기고, 이후 구조대와 장비가 투입돼 해당 구역을 집중 확인한다.
두 탐지견은 각각 핸들러와 짝을 이뤄 움직인다. 가호는 이 훈련관이, 하나는 박형진 훈련관이 맡고 있다. 현장에서는 두 팀이 함께 수색을 진행한다.
탐지견 투입 전에는 핸들러가 먼저 현장에 들어가 구조와 위험 요소를 확인한 뒤 수색 계획을 세운다. 이후 구역을 나눠 탐색하고, 교차 확인을 통해 반응이 일치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 범위를 좁혀간다.
가호는 벨지움 마리노이즈로 집중력이 높은 편이고, 하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향을 보인다. 서로 다른 특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며 수색 정확도를 높인다.
2024년 아리셀 공장 화재에서도 두 탐지견은 장기화하던 수색 과정에서 투입돼 약 1시간 만에 마지막 실종자 위치를 찾아냈다. 반복된 현장 경험은 탐지 정확도를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수색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다. 이후에는 시간을 줄이며 반복 투입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후각과 체력을 유지한다.
훈련은 실제 화재 상황을 재현한 환경에서 이뤄진다. 소방 훈련장에서 불을 낸 뒤 잔해 속에 사람의 흔적을 숨겨 탐지하는 방식이다.
전국 119구조견은 총 41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화재탐지견은 가호와 하나 2두가 전부다. 현재 1살 안팎의 2세대 화재탐지견 '미루솔'과 '래쉬'도 같은 방식으로 훈련을 받으며 현장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탐지견과 핸들러는 교감을 바탕으로 함께 움직이며 수색을 이어간다. 이 훈련관은 "현장에 들어갈 때마다 반드시 단서를 찾아 가족에게 안내해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며 "탐지견은 장비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동료이고, 믿고 맡기면 반드시 알려준다"고 말했다.
다만 화재탐지견이 모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독가스나 고열, 붕괴 위험이 큰 경우에는 진입이 제한된다. 현장 안전이 확보돼야 투입이 가능하다.
화재탐지견은 2020년 도입 이후 최근 들어 현장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아직 투입 사례가 많지 않아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다.
소방청은 로봇과 인공지능 기반 탐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복잡한 재난 현장에서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판단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 훈련관은 "앞으로는 기술과 탐지견이 함께 현장에 투입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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