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정체불명 털이 수북"…여직원 책상 위에 '체모' 뿌린 회사 임원[영상]

JTBC '사건반장'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직속 상사가 여직원 책상에 체모를 반복적으로 뿌리는 황당한 행동을 저지른 사건이 알려졌다.

17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인천의 한 회사에 다니는 여성 직원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겪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의 책상 위에서 체모가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분 탓으로 여겼지만 같은 일이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반복됐다. 체모는 마우스 패드 위, 노트북 사이 등 책상 곳곳에서 발견됐다. 의자에 걸어둔 유니폼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손가락 사이에 체모가 끼어나온 적도 있었다.

누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A 씨는 결국 책상에 홈캠을 설치했다.

이후 출근 약 10분 전 홈캠 알림이 울렸다. 회사에 도착해 확인해 보니 또다시 책상 위에 체모가 흩어져 있었고 A 씨는 곧바로 영상을 확인했다.

JTBC '사건반장'

영상에는 한 중년 남성이 사무실로 들어와 A 씨의 책상 위에 체모를 뿌린 뒤 사라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그는 손에 묻은 무언가를 닦는 듯 마우스를 문지르는 행동까지 보였다.

범인의 정체는 A 씨의 직속 상사이자 회사 임원급 간부인 50대 남성 B 씨였다. A 씨는 "회사 내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신고를 망설였지만 결국 인사팀에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인사팀은 즉시 두 사람을 분리 조치했다.

A 씨가 자리를 옮기자 B 씨는 스스로 자 행동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유를 묻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회사에 자진 퇴사를 하는 대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고, A 씨가 원치 않았음에도 위로금 300만 원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 '사건반장'

A 씨는 지난 1월 B 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 모욕, 재물손괴 등 4가지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검찰에 넘겨진 혐의는 재물손괴 한 가지였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나 추행이 없었고 몰래 책상에 접근한 행위만으로는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스토킹 혐의 역시 피해자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분리 조치 이후 추가 접근이나 연락이 없었다는 점이 고려돼 불송치됐다. 모욕 혐의도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점은 인정되지만 모욕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수사 결과에 대해 A 씨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재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사건 이후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자고 새벽마다 깬다"며 "내 피해가 또 하나의 사례가 돼 언젠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