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법왜곡죄" "아주 난장판"…사법개혁 일주일
"기준 모호" "재판 중단될 수도"…법왜곡죄 혼선
재판소원 68건 접수…초기 심사 '병목' 우려도
- 남해인 기자, 한수현 기자,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한수현 강서연 기자 = 여당의 '사법개혁'으로 법왜곡죄가 도입된 지 일주일이 흐른 18일 사안을 직접 다뤄야 하는 경찰, 검찰과 법원에선 "난장판이 됐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거세다.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사건이 접수돼 당혹감이 크고, 수사·재판 과정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소원은 일주일 만에 70건 가까이 접수돼 사건 폭증 시 심사 단계부터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형법과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2일부터 시행돼 검찰, 경찰과 법원은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경찰은 최근 전국 시·도경찰청에 법왜곡죄 사건 처리 지침과 참고 자료 등을 내려보냈지만, 선례가 없고 기준이 모호한 탓에 현장에선 고심이 깊다.
서울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사례도 없고 판례도 없어서 '법 왜곡'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건지는 개별 사건에 부딪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 법원 관련 사건의 경우 영장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수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어떻게 종료시킬지 모르겠다"고 실질적인 수사가 가능할지 우려를 표했다.
법왜곡죄 시행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에 이어 심우정 전 검찰총장, 지귀연 부장판사,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먼저 이 사건들을 받아들었다.
다른 간부급 경찰관은 "지금까지는 기초적인 참고 자료 정도, 법 조문을 해석한 정도의 지침이 (경찰청에서) 내려왔는데 '법 왜곡'이 어디까지인지는 개별 사건에 부딪혀봐야 알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유명인들에 대해 일부 고발이 이뤄졌지만 일반적인 경찰관, 검사, 판사에 대해서까지 확대되면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왜곡죄 사건은 아직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있지만, 추후 사건을 받아볼 검찰도 비슷한 분위기다. 검찰도 대응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경우에도 검찰에서 기록을 받아 사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서울의 한 간부급 검사는 "법상 죄의 구성요건에 나와 있는 대로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을 할 텐데 이 구성요건 내용이 굉장히 모호하다"며 "개별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해야 해서 실무가 진행돼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가 위축될 수 있고, 형사사법 절차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검·경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사건 당사자가 법 적용을 문제 삼아 고소·고발에 나설 경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간부급 경찰관은 "지금 당장보다도 앞으로의 혼란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인력이 부족해 1년 차 수사관들도 있는데 문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간부급 검사는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 법률 적용을 잘못했다고 주장하면 고소·고발인은 항고를 제기하고, 피의자는 법률 적용이 되지 않았어야 한다며 법왜곡죄로 고소할 수 있다"며 "아주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내리는 법원에서도 피소와 재판 지연에 대한 걱정이 큰 분위기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고소·고발됐을 때 조사나 재판을 받으러 다니게 되면 그 공백을 또 다른 판사가 자리해야 하게 되는데 지금도 가동 법관 수가 적어지고 있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재판 지연을 넘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왜곡죄, 재판소원 모두 신경 쓰게 된다면 재판 과정에서 지금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돼 결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재판 당사자의 기본권 구제까지 지금보다 얼마나 더 걸릴지 감이 안 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법왜곡죄 고소·고발 남발로 재판 '무한 루프(반복)'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본인을 기소한 검사를 법왜곡 혐의로 고소하는 경우,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다. 만약 피고인이 또 불복한다면 경찰의 1차 판단에 대해 "법을 왜곡한 결정"이라며 그를 고소할 수 있고,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그 검사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고소할 수 있다.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해서도 법 적용을 잘못해 잘못 판단했다는 이유로 고소할 가능성도 있다.
법왜곡죄와 같은 날부터 헌재에서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는 시행 일주일도 안 돼 접수 건수가 16일 기준 68건을 기록했다. 16일에만 24건이 접수됐다. 재판 결과를 받아들고 바로 불복하는 등 앞으로 접수 건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도 법조계에선 나온다.
사전 심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8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심사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72조에 따라 헌재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헌법소원 심판의 사전심사를 진행한다. 헌법소원이 적법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지정재판부는 본안 판단을 위한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고 청구를 각하한다.
이 밖에도 기본권 침해보다는 대법원 판결에 승복할 수 없어 헌재의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사실상 '4심제'로써 재판소원이 청구될 수 있다는 우려와, 재판소원 과정에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인용 사례가 나올 경우 후속 대책이 미비해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hi_na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