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할머니보다 '족발' 배달이 더 중요?…70대 여성 치고 달아난 30대[영상]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70대 할머니를 오토바이로 들이받고도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배달 기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족발 배달이 더 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70대 여성 A 씨는 지난달 2일 저녁 운동 삼아 집 근처 골목길을 산책하던 중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약 100m 정도 걷다가 이후 기억이 끊겼고,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고 한다.
사고 당시 CCTV에는 골목길을 혼자 걷던 A 씨 뒤로 오토바이 한 대가 빠르게 접근한 뒤 그대로 들이받는 장면이 담겼다.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진 A 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잃었고 길 위에 그대로 방치됐다.
더 큰 문제는 이후 가해 운전자의 행동이었다. 그는 쓰러진 A 씨 주변을 잠시 둘러보며 상황을 확인하는 듯하다가 119 신고나 구호 조치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현장에서 달아났다.
영하의 날씨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A 씨를 발견한 것은 우연히 지나가던 20대 여성이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여성은 귀가하던 중 들려온 '퍽' 하는 소리에 처음에는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치고 간 거라 여겼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껴 주변을 확인하던 중 길바닥에 쓰러진 A 씨를 발견했다.
당시 A 씨는 겨우 신음만 내고 있었다. 머리 주변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을 확인한 여성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구급차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곁을 지켰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머리 부위 출혈이 계속돼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뻔했다고 설명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나던 신고자가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뺑소니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 영상을 확인한 경찰은 반드시 가해자를 잡아야겠다고 판단했고 주변 CCTV를 토대로 동선을 추적한 결과 가해자가 한 족발집에 들러 음식을 픽업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9일 만에 30대 배달 기사를 검거했다. 가해자는 이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연락하며 사과하고 합의를 요청했고 A 씨는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꾸짖은 뒤 결국 합의해 줬다.
이때까지도 A 씨는 사고 영상을 직접 보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는 "일단 족발을 빨리 배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겁이 나 도망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이 처음 출석을 요구하며 사고 사실을 설명했을 때는 "그런 일이 있었나"라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잡아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A 씨에게는 "할머니를 친 뒤 잠도 못 잤다"고 말해 진술이 서로 달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전해 들은 A 씨는 크게 분노했다. 그는 "30대 나이에 사고를 내고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 씨는 이후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배달이 더 중요할 수 있냐"며 합의를 후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A 씨는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뒤 현재도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해당 배달 기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으며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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