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정신질환자, 치료만이 시민 안전 위한 길이다 [기고]
최규철 서울동부구치소장
교정시설에 30년 넘게 몸담아 오면서 사회 변화에 따라 범죄 행태가 날로 변해가는 걸 실감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마약류 범죄와 보이스피싱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런 현상은 교정시설 과밀 수용의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정시설 과밀은 형사사법의 마지막 단계인 교정의 격리, 구금뿐만 아니라 재사회화 기능을 어렵게 하기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과밀 수용 상황에서 교도관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조직폭력 사범이나 마약류 사범이 아닌 정신질환 수용자다.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방치된 채로 치료를 받지 않은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교정시설에 오는 경우를 이전보다 자주 목격한다. 현재 정신질환 약을 복용하는 수용자 수와 과거 투약한 이력이 있는 수용자 수를 합치면 전체 수용 인원의 10%에 달한다.
정신질환에 의한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전문가들이 나와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하지만, 그때뿐이다. 실효적인 대책이나 후속 조치는 미흡하다. 이들에 의한 돌발 범죄는 국가 치안망을 무력하게 만들고 시민을 불안하게 한다.
범죄자들이 사회에서 격리되고 나면 시민들은 금세 잊어버리지만, 교정시설에서는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수용 초기에는 난동, 자해, 기물 파손, 직원 폭행 등을 보이고, 이 시기가 지나면 무기력함과 돌발 행동을 반복한다. 교정시설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비상벨이 울리고, 교도관들은 이들을 온몸으로 막아낸다.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보호장비를 사용하고 격리 수용을 반복하며 매일 악전고투를 벌인다.
치료가 우선인 정신질환 수용자들을 밀폐된 공간에 격리하는 것은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 하지만 치료할 인적·물적 자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국 교정시설의 정신과 의사는 단 3명에 불과해 수용자들을 직접 만나 진료할 수 없고, 수용자들은 대부분 원격화상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받는다. 교도관들이 끼니마다 혀 밑까지 검사하며 복약 지도를 하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부터 서울동부구치소에선 법무부 교정본부와 서울대학교병원의 업무협의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 1명이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이한성 서울대 교수는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증상이 심한 정신질환자를 틈틈이 직접 만나 진료한다. 중증도에 따라 환자 분류시스템을 도입하고, 현장 교도관들에게 정신질환별 행태와 대응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전문지식 없이 대처해야 하는 교도관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런 시도가 교정시설과 의료기관 간 협업의 좋은 본보기가 돼 전국 기관으로 확산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교정의 목적은 구금 확보와 재사회화다. 질병에 대한 치료가 선행돼야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직업 훈련과 교화 등 재사회화 교육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열악한 의료 인프라, 교정 당국이 알아서 치료할 것이라는 사회의 무관심은 부메랑이 돼 다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담장 안의 정신질환자 치료와 관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의료기관의 참여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만이 제2, 제3의 묻지마 식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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