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배드파더스'가 사라진 사회를 위해
-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법이 개선돼 문제가 해결되면 사이트를 닫는 게 목표예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웹사이트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전(前) 배드파더스) 운영 재개를 앞둔 구본창 대표의 말은 아이러니한 현실을 드러낸다. 존재 이유가 '소멸'이라고 말하는 이 단체를, 사회는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드파더스가 약 2년 만의 재개 소식을 알린 지 불과 8일 만에 약 300건의 제보가 쏟아졌다. 관련 법 개정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해졌지만,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방증이었다.
'사적 제재'는 대개 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법이 실효성 있게 충분히 작동하고, 권리가 제때 보장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개인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의 역할은 단지 처벌을 무겁게 하는 데 있는 것일까.
처벌은 책임을 묻는 수단일 수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위법한 행위에 대한 상응한 처벌뿐만 아니라 법 집행의 실효성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번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취재하면서 만난 양육자들이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자녀가 제대로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양육비가 절실했고, 현실적으로 양육비를 받을 가망이 있어 보이는 형사처벌을 촉구하게 됐던 것이다.
2006년부터 혼자 아들을 키워온 한 어머니는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은 사이) 아이는 벌써 다 컸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돼서 그때그때 해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씁쓸해했다. 그가 약 1억 원이 넘는 양육비 중 65%를 받지 못한 사이, 아들은 어느덧 성년이 됐다. 아이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양해들을 찾는 이유는 '즉각적인 해결책'을 원하기 때문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은 어느 사건에나 통용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생존권이 달린 양육비 미지급 사건에서는 그 말의 무게가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양육비 이행법 개정으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지만, 처벌에 이르기까지는 복잡한 절차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육비 선지급제도 도입됐지만 그마저도 엄격한 제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양육에 드는 비용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만이 지급되는 현실이다.
아이들이 입은 피해의 회복이 언제까지나 미뤄지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국가의 강제력 독점은, 국가가 시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때 정당화될 수 있다. 그 보호가 지연되거나 나아가 실패한다면 사적 제재는 계속해 등장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설 때 '배드파더스'는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름 모를 아이들에게 또 다른 '배드파더스'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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