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물질 치약에 상한 불고기…경비원 아버지께 한가득 선물한 입주민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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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아파트 경비로 일하는 친정아버지가 입주민들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과 유해 물질로 지정받고 리콜 통보를 받은 치약 등을 받아왔다는 사연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아버지가 치약 받아오셨는데'라는 내용의 글이 빠르게 확산됐다.

글쓴이 A 씨는 "친정아버지가 회사에서 은퇴하신 뒤 자식들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다며 아파트 경비 일을 시작하셨다"며 "몸도 아직 멀쩡하고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몸이 망가질 것 같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A 씨는 "갑질이 좀 심한 아파트 같아 남동생과 함께 그만두시라고 권했지만, 아버지는 성격 좋은 분도 있고 잘 챙겨주는 입주민도 있다며 일을 계속하고 계신다"며 "간식 먹으라고 이것저것 가져다주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는 친정에 방문해 아버지가 받아오셨다는 물건을 확인한 결과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유통기한도 없고 오래 방치된 제품들이 가득했다. 그는 "도라지배즙 같은 걸 받아오셨는데 유통기한 표시가 없고 오래된 것처럼 보여서 맛을 보니 이미 상해 있었다"며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버렸다. 버릴 거를 주면서 생색을 내고 싶을까? 오래된 걸 먹고 탈 나라는 건지 뭔지 대체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리고 불고기도 줬다고 받아오셨는데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며 "그것도 오래돼서 허연 한 게 떠 있고 맛이 한참이나 간 거 같았다. 버릴 것을 가져다가 준다는 게 정말 화가 나더라. 음식물 버리는 비용이 아까웠던 거냐?"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 씨는 "아버지가 치약 집에 많다고 받으려 오라고 하셔서 가보니 입주민이 준 치약이었다"며 "요즘 몇주 사이에 유해 물질 들어있다고 리콜 받으라고 언론에 떴던 치약 한 무더기가 있었다. 아버지에게 '이거 발암물질 있어서 수거해가는 치약이다. 이걸 알고 준거 아니냐?'라고 여쭈니 '섣부른 오해인 거 같다. 모르고 줬을 거야'라고 하시더라. 과연 내 오해인 거냐?"라고 말했다.

A 씨는 아버지에게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셨냐"라고 확인한 뒤 "아무도 주지 마시고 버리시라고 말씀드렸다. 유해 물질 있다고 자기들 안 쓰고 버리려고 한 거 생색냈을 거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남동생에게 말하면 진짜로 쫓아가서 싸울 거 같아 말은 안 했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비를 쓰레기 처리 대상으로 보는 인간들이 있다", "휴지통에 들어갈 거면 당신이 들어가라. 알고 준 게 맞다", "유통기한 지난 음식과 리콜 치약은 선의도 뭐도 아니고 그냥 범죄 아닌가", "경비 아저씨를 거지라고 생각하는 거냐?", "좋은 입주민도 분명히 있지만,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문제다" 등 반응을 보였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