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9대 범죄' 수사 법안에…경찰 "현장 혼선 불가피해"

경찰청, 수사범위 중첩에 대한 우려 담아 기관의견 검토
보완수사권 결론 못 내…"개혁 취지미흡" vs "견제 필요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모습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부패·경제 범죄뿐 아니라 사이버범죄 등까지 포함한 '9대 중대범죄'를 모두 수사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검찰개혁 법안 초안에 대해 경찰청이 현장 혼선 등의 우려를 담은 기관 의견 제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중수청 수사 범위에 대한 우려를 담은 입법 의견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전날(2일) 입법예고한 중수청법은 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9대 범죄'로 지정했다. 기존 검찰청이 수사하던 '부패·경제 범죄'에 더해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범죄까지 포함되며 수사 범위가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확장된 수사 범위가 현재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과 상당 부분 겹쳐 수사 중첩에 따른 혼선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관계부처 의견 수렴 절차에 관련한 입장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에는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간 수사 경합이 발생할 경우 이첩 요청이나 사건 이첩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는 대통령령에 위임됐다. 현재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이의 '통보·조정' 방식이 중수청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찰 관계자들은 사건 접수 단계에서 중수청에 통보하고 관할 조정을 거쳐 사건이 되돌아오는 데만 수주에서 길게는 한달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가 되면 중수청에 통보를 하게 될 텐데 통보를 하고 중수청에서 판단을 해서 회신을 하는 데 한달 정도는 시간이 그냥 날아갈 것"이라며 현장에서의 수사 지연과 혼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공수처의 경우 사건이 고위 공직자 관련 범죄에 한정되지만 중수청은 9대 범죄를 총괄하게 되면서 그 범위가 방대해진다. 사이버범죄의 경우 한 해에도 수십만 건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저희 입장에서는 (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좀 줄였으면 했는데 법안을 만드는 쪽에서 그렇게 만드는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경찰 내부에서는 중수청이 사건 이첩 권한을 가지면서 중요 사건은 선별해 이첩해 가고 경찰은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번 검찰개혁 법안에서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을 결론 내리지 못한 것과 중수청의 수사 인력 체계를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한 것도 검찰개혁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측에서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취지상 검찰의 직접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소청에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남기는 것으로 수사 미흡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경우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미흡해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질 방침이다.

더불어 중수청의 수사 조직을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1급에서 9급으로 나뉘는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한 것을 두고서도 결국 검찰 출신이 조직을 장악하게 되면서 제 2의 검찰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