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말고 길은 없나요"…계약 끝난 시 보호소에 남은 동물들

부산시 위탁 보호소 계약 해지 후 보호 공백
안락사 제로 위해…민관 협력 모델 필요성 제기

지난 12월 부산시 위탁 보호소였던 하얀비둘기가 운영을 중단하면서 남은 동물들이 위기에 처했다(하얀비둘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안락사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경기 포천의 유기동물 입양카페 '너와함개냥'이 부산까지 내려간 이유는, 위탁 보호소 운영 중단으로 보호 중이던 동물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로하'와 '세리'는 그 위기 속에서 구조된 유기견이다.

로하와 세리가 있던 곳은 부산 강서구·사상구·사하구 위탁 보호를 맡았던 '하얀비둘기' 보호소다. 13일 하얀비둘기 봉사자 및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하얀비둘기 보호소 측은 운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부산시와의 위탁 운영 재계약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보호소에 남아 있는 동물들의 향후 거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현재 하얀비둘기에 남아 있는 개체 수는 약 70마리에 달한다.

계약 해지된 부산시 위탁 보호소, 남겨진 동물들의 시간
부산 하얀비둘기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하얀비둘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은 일정 보호기간이 지나면 해당 지자체가 소유권을 갖는다. 그러나 부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위탁 보호소 계약 과업 지시서에 따라 지자체의 별도 요구가 없을 시 보호기간이 지난 동물의 소유권이 위탁업체에 무상 양도되는 구조"라며 "이에 법적 소유권은 보호소 측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직접 개입해 안락사를 막거나 보호 조치를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계약 종료 이후 남은 동물들에게 필요한 사료를 적십자를 통해 일부 지원했다"며 "위탁 계약상 소유권은 보호소 측에 있어 시가 안락사 여부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시가 먼저 소유권을 취득하는 구조인 만큼, 행정이 의지를 가진다면 소유권 주장이나 보호 연장 등 추가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호소 폐쇄가 곧바로 안락사 위험으로 이어지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안락사 아닌 선택은 가능한가…인천 사례가 보여준 대안

실제로 유사한 상황에서 안락사 없이 구조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

지난 12일 동물보호단체 도로시지켜줄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계약 종료로 보호 공백에 놓였던 인천시 위탁 보호소 동물들은 '민간지원 유기동물 보호·입양사업' 예산과 민간 단체들의 연대로 전원 구조됐다. 해당 사업은 위탁 보호소 계약 해지로 인한 보호 공백을 대비해 석정규 인천시의원이 추진해 온 제도다. 개인 봉사자부터 도로시지켜줄개 등 여러 단체가 협력해 약 100마리 구조 및 임시 보호와 입양 연계를 진행했다.

인천 서구 위탁 동물 보호소로 운영되던 동물병원 내에 남은 개들. 동물보호단체 도로시지켜줄개가 환경 개선을 하며 새 위탁 보호소로 갈 때까지 임시 보호를 하고 있다(도로시지켜줄개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이효정 도로시지켜줄개 대표는 "특히 인천 서구 위탁 보호소에 남아 있던 16마리 개체는 새 위탁 업체에서 인계받아 보호할 수 있도록 시에서 예산을 편성해 그전까지 단체가 임시 보호하고 있다"며 "이처럼 위탁 보호소 계약 해지로 보호 공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민관이 함께 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이를 실제로 작동시킬 수 있는 예산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탁 보호소 계약 해지 시마다 민간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러한 지원 체계가 일회성이 아닌 상시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 현장에서는 위탁 보호소 계약 해지로 인한 보호 공백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자체 직영 보호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만 지역 주민 반대 등 현실적인 장벽이 높아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시 역시 그간 직영 보호소 설립을 여러 차례 검토해 왔지만 주민 반대와 대지 확보 문제 등을 이유로 실제 설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인천시 위탁 보호소였던 인천시수의사회 보호소 내에 남아있던 대형견들. '더가치할개'에서 대형견 50마리를 구조해 현재 위탁처에서 보호하고 있다(더가치할개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인천 위탁 보호소 폐쇄로 약 50마리 대형견 구조에 참여한 고수경 '더가치할개' 대표는 "현재 부산 상황 역시 민간이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 안타깝다"며 "시간이 촉박한 만큼 규모 있는 단체들이 힘을 모아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 교육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직영 보호센터가 마련돼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 보호소 하얀비둘기에 남아 있는 동물들의 구조 및 입양 관련 문의는 해당 보호소를 통해서 하면 된다. [해피펫]

부산 하얀비둘기 보호소에서 구조돼 경기 포천 너와함개냥 입양카페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세리(왼쪽)와 로하(너와함개냥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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