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여동기 성폭행한 로스쿨생…목격자엔 "20만원 줄게, 넌 집에 가"
준강간 혐의 고소당하자…"싫다는 소리 안 했잖아"
"변호사 부친 조언 받은 피의자, 증거 조작 요구도"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술에 취해 의식 잃은 여학생을 성폭행한 로스쿨 남학생이 "강압적인 게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0월 28일 밤 지방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가진 술자리에서 벌어졌다.
당시 술자리에는 제보자 A 씨와 그의 동기 남학생 B 씨, 한 학년 위인 목격자 남학생 3명만 늦게까지 남게 됐다. A 씨는 "시험 때문에 사나흘 가까이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술을 많이 마셨고, 3차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의식을 잃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목격자에 따르면 B 씨는 계속 "우리 집에 가자"고 했다. A 씨와 목격자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목격자가 "제가 A 씨를 챙기는 게 낫지 않냐"고 했음에도 B 씨는 자기 자취방에 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목격자는 '집에서 한 잔 더 하는 건가'라는 생각과 동시에 B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함께 택시를 타고 동기의 집으로 갔다.
목격자는 "택시 안에서 B 씨가 계속 '나는 얘(A 씨)랑 내릴 테니까 넌 택시 타고 다시 기숙사로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저도 형 방에서 좀 자고 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건 목격자뿐만이 아니었다. 택시 기사도 술에 취한 학생들을 보고 찜찜한 마음에 이날 영업을 마치고 해당 대화 내용이 담긴 부분만 백업해 뒀다고 한다.
B 씨는 자취방에 들어온 뒤 "내가 원래 이런 일 있으면 10만 원 주는데 너는 20만 원 줄게"라며 더욱 노골적으로 목격자를 돌려보내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목격자는 범행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자취방에서 버티기로 했다.
'같이 있으면 범행이 일어나지 않겠지'라는 목격자의 생각과 달리, B 씨는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 상태에 있던 A 씨를 상대로 성폭행과 성추행 등 범행을 저질렀다.
목격자는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 가던 중 침대에서 B 씨가 A 씨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봤다.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바닥에 있다가 침대 옆 소파로 자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후 A 씨는 오후 늦게 잠에서 깼는데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고, 몸에 이상함이 느껴져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다른 동기와 상담한 뒤 지난해 10월 31일 B 씨에 대해 준강간 혐의 등으로 고소했으며, 이 과정에서 목격자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고.
고소당한 사실을 알게 된 B 씨는 목격자를 만나 "너도 봤으니까 알겠지만 내 기억에는 강압적으로 안 한 것 같다. 걔(A 씨)가 '싫어' 이런 말을 안 했던 기억은 조금 있지? 싫다고 거부했던 내용은 없었지? 그것만 나한테 얘기해주면 된다"라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또 B 씨는 "내가 부탁하는 건 딴 게 아니라 그것만 해달라. 물증이 없대. 내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려면 합의로 했다는 것만 증거로 내면 된다고 하더라. 그게 제일 베스트다. 서로 동의하에 했다고 끝내버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목격자는 "저는 합의 하에 했는지 모르죠. 알 수 없죠. 저는 아무것도 들은 게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B 씨는 카카오톡 대화를 조작하자고도 제안했다. B 씨는 "네가 먼저 '그때 기억나는데 두 사람이 스킨십했고, 관계하는 소리 들었다'고 메시지를 보내라. 내가 '혹시 강압적인 게 있었냐?'고 하면, 너는 '강압적인 건 없었다'고 답장해라"라며 예시까지 전달했다.
B 씨가 이런 제안까지 한 건 그의 아버지가 한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목격자에 따르면 B 씨는 "아빠가 둘만 있었으면 증거가 안 잡힌다고, 큰일 났다고 하셨다. 그때 한 명 더 있었다고 했더니 그 친구(목격자)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강압적인 게 없으면 그것도 증거 능력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격자는 이 부탁에 응하지 않았고, B 씨와의 대화를 녹취해 경찰에 제출했다. 택시 기사 역시 블랙박스를 경찰에 제공했다고 한다.
A 씨는 "검사를 꿈꾸는 예비 법조인이 함께 공부하던 동기를 성폭행한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신고했다"며 "증거가 충분한데 검찰 송치가 너무 느리게 진행돼 공론화를 위해 방송에 제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학교 내 인권센터에도 신고했다. 인권센터 측은 "성폭력 행위가 인정되면 학생에 대한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이달 중 심의를 열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b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