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급 첫 공식 추계에 의료계 '신중론'…보강 지점은

의료계는 '증원보다 구조' 강조…"정원 논의 전 설명부터"
업무형태·진료 구조 반영필요…"의료 노동 하나의 값으로 환산 어려워"

서울 시내 의과대학의 모습. 2025.12.30/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중장기 의사 수급에 대한 첫 공식 추계 결과를 내놓은 이후 의료계의 반응은 단순한 찬반을 넘어 추계 구조 전반에 대한 보완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 수의 많고 적음보다, 이번 추계가 어떤 전제와 기준 위에서 계산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의료계 안팎에서는 추계 결과 자체보다도 결과가 도출된 과정과 해석 방식에 대한 불신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의 문제 제기는 '결론 반대'라기보다 '추계 구조에 대한 납득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의료계가 보강이 필요하다고 의사 수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산했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이번 추계가 인구 대비 의사 수를 기본 틀로 삼았는지, 실제 의료 이용과 진료 행태를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단순한 총량 비교만으로는 의료 현장의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의료계는 '의사 수'라는 하나의 수치가 실제 의료 접근성과 진료 가능성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동일한 의사 수라도 외래 중심 진료인지, 입원·응급 진료 비중이 높은 구조인지에 따라 의료 제공 역량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계 과정에서 의사 1인당 담당 진료량과 업무 범위가 어떻게 설정됐는지가 보다 명확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사 노동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의료계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외래 진료 외에도 입원 환자 관리, 응급실 대응, 야간·당직 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의료 노동이 하나의 평균값으로 환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공의와 필수의료 분야에서 나타나는 장시간·고강도 근무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의 의료 이용 구조를 전제로 의사 수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필수과목 기피 현상은 단순한 인력 부족보다는 업무 강도와 책임에 비해 보상이 낮고 근무 여건이 열악한 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추계가 의사 노동의 질적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면 정책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역과 과목 간 격차 문제도 숫자가 아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료계는 지역 의료 불균형이 의사 수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배치와 정착, 근무 환경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특정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현상은 단순히 공급이 적어서라기보다, 해당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추계 결과가 곧바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논의로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의료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의사 수 확대 이전에 지역 의료기관 인프라와 지원 체계, 근무 조건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지역 의료 문제를 '숫자'로만 해결하려는 접근이 반복될 경우 정책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추계의 신뢰성과 검증 가능성 역시 의료계가 강조하는 보완 지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12월 31일) 성명서를 통해 "변수를 조금만 달리해도 예상값이 두 배 이상 차이 날 만큼 의사 수급 예측은 본질적으로 어렵다"며 "추계 결과를 도출한 근거와 원자료, 분석 방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료 검증을 위한 원자료와 분석 코드 공개,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