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쉬어도 괜찮다"는 30대…이들은 왜 쉴까

[쉬었음 청년]② 잦은 이직에 비혼·만혼 확산 영향…"결혼 계획 없어 쉬는데 부담 없어"
정부 대책에 전문가 "단기적 처방 실효성 없어…금융·거주 문제 해결해야"

편집자주 ...30대 '쉬었음' 인구가 31만 4000명(2025년 11월 고용동향 기준)으로 집계됐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11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들은 육아나 가사, 취업·진학 준비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냥' 쉰다. <뉴스1>은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이 왜 쉬는지 진단하고, 이들이 경제활동인구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총 4편의 기사로 내보낸다.

12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대비 19만 3000명 증가했으나, 청년층 고용률은 18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3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 4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11.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최근 30대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는 만 15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쉰다'고 응답한 이들을 말한다. 가장 활발히 일해야 할 연령층이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다는 것이다.

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대 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31만4000명으로 전체 30대의 12.4%를 차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1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쉬었음' 인구의 증가만으로 고용 여건 전반을 진단할 순 없다지만 국가 경제를 견인해야 할 30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뉴스1이 만난 30대 쉬었음 청년들은 경력과 진로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휴식을 취하는 경우에 해당했다.

지난해 10월까지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최 모 씨(35)는 3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휴식 중이다. 최 씨는 "계속 쉴 것은 아니지만 업계가 이직이 비교적 원활한 편이라 반년 정도 쉬어가려고 한다"며 "한 회사에 평생 다닐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쉬어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에도 당장 결혼이나 가족 부양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일정 기간 일을 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학 졸업 뒤 2년 넘게 공기업 입사 시험을 준비하다 지난해 1월 시험 준비를 중단한 김가연 씨(가명·31)는 같은 해 9월 새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쉬었음' 상태였다.

김 씨는 "2~3년 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혼자 살아서 큰돈이 들지 않아 그 기간에는 잠깐 쉬어도 괜찮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건축학과를 졸업한 동갑내기 박서영 씨(가명·31)도 결혼이나 자녀 계획이 없다며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그는 "결혼할 생각이 없고, 부양가족도 없다 보니 잠깐 쉬어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고 했다. 박 씨는 오는 3월까지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다가 퇴사한 뒤, 희망 직무를 교육하는 부트캠프에 들어가기 전까지 휴식을 가질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이 세대 특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30대를 포함한 청년층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세대"라면서 "가정을 꾸렸거나 여러 부담이 있는 40대 이상 세대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일자리를 이동하는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로서 일을 하려는 의향이 있는데도 일자리 밖에 내몰려 있는 2030세대는 지난달 총 158만9천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2만8천명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사진은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의 모습. 2025.12.15/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정부도 30대 쉬었음 인구 증가의 배경으로 잦은 이직과 비혼·만혼 확산을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0대는 20대보다 이직 빈도가 높고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하면서 그 과정에서 쉬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과거 여성의 경우 육아·가사를 이유로 쉰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비혼·만혼이 늘면서 이 시기가 늦춰지고 대신 '그냥 쉰다'는 응답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쉬었음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맞춤형 지원책을 올해 1분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취업 의사가 있는 청년에게는 인공지능(AI) 교육과 직업훈련, 구직 단념 청년에게는 심리상담이나 사회활동 참여 등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단기 직업훈련이나 프로그램만으로는 쉬었음 청년 문제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적인 일자리뿐 아니라 금융·거주환경, 심리 회복을 아우르는 장기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병훈 교수는 "직업 훈련과 같은 단기 처방은 이전 정부 때부터 해 왔던 정책인데 이는 실효성이 크게 없을 것"이라며 "유럽의 '청년보장제'처럼 청년에 대한 일자리뿐만 아니라 금융·거주환경을 해소해 줘야 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인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