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죽는 거야"…던져진 반려견, 다시 소유자에게 돌아갔다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 도입 요구, 한층 거세져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얜 오늘 너 때문에 죽는 거야. 알았어?"
연인과 다투던 남성이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들어 바닥에 내던지는 영상이 공개되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이후 벌어진 일이다. 긴급 보호 조치로 분리됐던 이 반려견이 약 2주 만에 다시 해당 남성에게 반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동물학대 영상이 명백히 존재하지만, 법적 절차와 제도적 한계로 인해 국가는 피해 동물을 다시 위험 속으로 돌려보냈다는 비판이 거세다.
31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7일 제보 영상을 확인한 뒤 구청 담당 부서와 협력해 피해 반려견을 긴급 격리하면서 시작됐다. 반려견은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서울시 관할 보호센터로 옮겨졌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지자체가 학대 위험이 있을 경우 동물을 일시적으로 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소유자가 사육계획서를 제출하고 보호비를 납부하면 동물을 반환하도록 규정돼 있다.
위액트는 가해 남성을 직접 설득해 소유권 포기를 받아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남성은 강하게 반환을 요구했다. 약 300만 원의 보호비를 납부하고 사육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반려견은 지난 30일 다시 그에게 돌아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 반환이 아니라 매일 반려견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받도록 사육계획서에 동의받았고, 관할 구청에서 지속해서 확인하기로 했다"며 "현행법상 소유자가 요구할 시 반환을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처럼 동물학대가 의심되고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피해 동물을 다시 돌려줘야만 하는 현행법과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학대 위험이 분명한 사건에서도 동물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제도가 재학대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액트는 현재 해당 남성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해당 남성이 과거에도 반려견을 빌미로 협박한 정황이 있다"며 "법적 한계가 있더라도 피해견을 지나치게 빨리 돌려준 소극적 행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최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동물학대 재발 방지에 대한 외국 입법례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스위스·스웨덴·오스트리아·미국·호주 등 주요 국가 상당수는 재판 전 단계부터 피해 동물을 소유자로부터 분리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동물학대가 의심되면 즉시 격리·압수 △학대자가 키우던 다른 동물까지 함께 보호 △필요시 영구 몰수 △동물 관련 장소 출입·동거·직업 활동까지 금지 등 단계별 보호 체계를 촘촘히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동물복지 위협이 확인되면 즉시 압수할 수 있다. 이후 법원 심리에서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면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반환하지 않는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이번 사건을 "제도의 민낯을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보호비만 내면 다시 돌려주는 구조는 동물을 보호하기는커녕 다시 학대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정신적 위협과 공포 역시 명백한 학대인데, 지자체가 외관만 보고 '문제없다'고 판단하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시 사육금지와 몰수 제도 도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동물 사육금지제도를 도입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2건(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송재봉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를 국정 과제로 채택하고 2027년까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