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불법 후원금 의혹 '반쪽 송치'…공소시효에 쫓기는 경찰
2019년 여야 의원 11명 정치자금 후원…한학자 등 4명 송치
수수 의원은 송치 안 한 警…통일교 자금 인식 여부 확인 못한 듯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통일교의 정치권 불법 로비 의혹 수사하는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공소시효에 쫓겨 반쪽짜리 결론을 내놓았다. 향후 경찰의 통일교 의혹 수사가 계속해 공소시효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지난 29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한국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결과, 통일교는 2019년 1월 통일교 교단 자금으로 당시 현역 여야 국회의원 총 11명에게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300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같은 불법 정치자금 후원이 한 총재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 송치 사건은 2018~2020년에 통일교 현안 청탁 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전재수 의원과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게 금품이 전달됐다는 내용의 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인계 사건과는 별개다.
경찰은 본류 격인 특검 인계 사건 수사를 위해 지난 15일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하며 확보한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이번 송치 결정 사건을 새롭게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인계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초점이 지류 격인 한 총재 등의 불법 정치자금 공여 사건으로 옮겨간 것에는 공소시효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통일교 단체 자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이 기부된 정황을 확인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우선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한 총재 등을 검찰에 넘기면서도 정작 통일교 자금을 후원금으로 받은 국회의원들을 송치하지 않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후원금 수수 의원들을 송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송치 피의자 4명을 비롯해 총 30명을 조사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통일교 회계자료, 11명 의원실의 회계 책임 보좌진 등의 진술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면서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우선 송치했다"고만 말했다.
경찰은 통일교 측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시점, 법정형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송치 사건의 공소시효가 7년으로, 새해 1월 초 공소시효가 만료된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입증하기에 시간이 부족해 이를 제공한 통일교 인사들만이라도 검찰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공소시효를 감안할 때 2019년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는 의원들에 대해선 송치가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수사팀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의심되는 의원 수가 현재 11명에서 수사를 통해 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공소시효가 남은 의혹들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본류 사건인 전 의원 등의 금품수수 사건 역시 공소시효 문제를 안고 있어 수사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례로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통일교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역시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그 시효를 넘었거나 임박한 상황이다.
뇌물죄의 경우 범행 시점과 수수 뇌물액 등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진다. 수수 총액을 기준으로 1억 원 이상의 경우 공소시효가 최장 15년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전 의원의 수수액은 3000만 원으로, 이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특검에서 넘어온 모든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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