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난치성 뇌전증' 로봇 수술로 발작 원인 찾아

뇌 깊은 곳까지 전극 삽입…난치성 뇌전증 진단·치료 새 선택지
이향훈 교수 "약물치료에도 발작 반복되는 환자, 원인 규명에 도움"

이대목동병원 뇌전증 정밀치료팀 이향운 신경과 교수(왼쪽부터)·황성은 신경과 교수·김영구 신경외과 교수(이대목동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로봇 기반 정밀 수술이 시행돼, 장기간 발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환자가 회복한 사례가 나왔다.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던 뇌전증을 정확히 진단하고 병소를 제거해 증상 개선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신경과와 신경외과로 구성된 뇌전증 정밀치료팀이 지난달 24일과 이달 초인 1일 두 차례에 걸쳐 신경계 치료 로봇 '카이메로(KYMERO)'를 활용한 입체 정위 뇌파(SEEG) 수술을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술 로봇을 이용한 입체 정위 뇌파 수술은 전국 병원 가운데 일곱 번째 사례다.

입체 정위 뇌파 수술은 뇌전증 발작이 시작되는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뇌 속 깊은 부위까지 전극을 삽입해 뇌파를 측정하는 검사·치료 방법이다. 기존에는 두개골을 넓게 열고 뇌 표면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지만, 침습성이 크고 양측 뇌 깊은 부위를 동시에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로봇을 이용한 입체 정위 뇌파 수술은 2~3㎜ 크기의 작은 구멍을 통해 전극을 삽입할 수 있어 수술 부담이 적고, 뇌 깊은 부위까지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 수술 시간이 짧고 출혈 위험이 낮아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른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수술을 받은 곽 모씨는 35년 넘게 난치성 뇌전증을 앓아왔다. 반복적인 발작으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장기간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입체 정위 뇌파 수술을 통해 발작을 유발하는 병소를 정확히 확인했고, 이후 병소 절제술까지 시행했다. 그 결과 곽 씨는 수술 후 통증이나 어지럼증 없이 회복해 현재는 발작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의료진은 사전 정밀검사를 통해 뇌전증 발생이 의심되는 부위를 분석한 뒤, 두개강 내에 길이 10㎝이상인 전극 약 15개를 정확히 삽입했다. 이후 일정 기간 환자의 뇌파를 관찰·분석해 발작의 시작 지점을 특정했고, 정상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병소를 제거했다.

입체 정위 뇌파 수술은 환자마다 다른 뇌 구조와 발작 양상을 고려해야 하는 고난이도 수술로, 전극 삽입 위치의 정확성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계획된 좌표에 따라 전극을 정밀하게 삽입할 수 있어 수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향운 신경과 교수는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반복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입체 정위 뇌파 수술은 발작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방법"이라며 "정밀 진단을 통해 적절한 수술로 이어질 경우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구 신경외과 교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 가운데는 오랜 투병으로 치료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