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 생일에 명품백…장모 생일 다가오자, 남편 "칠순 때 제대로 챙기겠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시댁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 때문에 시부모, 남편과 갈등 중인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서 여성 A 씨는 8년 전 출근길 택시에서 기사가 "아들 만나보지 않겠냐"며 건넨 명함을 받았고, 그때 만난 상대와 1년 반 교제 끝에 결혼했다.

A 씨는 결혼의 일등 공신인 시아버지의 첫 생일을 맞아 직접 생신상을 차렸다. 감동 시아버지는 칭찬을 쏟아냈고 시어머니도 "나도 내 생일 때 이런 상 한번 받아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이후 A 씨는 6년 넘게 매년 시부모님의 생신상을 직접 차리게 됐다. 게다가 택시 기사로 일하던 시아버지가 잦은 사고 끝에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결혼 1년 만에 A 씨 부부가 시부모님의 생활비까지 감당하게 됐다.

시부모님께 첫 생활비를 드리기 시작한 뒤 부부는 연말만 되면 금액을 정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A 씨는 시댁에만 생활비를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지만, 시댁 형편이 어려운 걸 감안해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A 씨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시어머니는 칠순을 맞이해 형제들과 함께 장가계로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여행 갔다가 창피당했다. 다들 번쩍인 가방 메고 있는데 나만 가방이 허름한 거 있지?"라고 말했다. 이에 A 씨는 "어머니 마음에 드는 가방 있으면 내년 생신 때 하나 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시어머니는 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 링크를 보냈고, A 씨는 남편과 상의해 올해 생일 선물로 가방을 사줬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A 씨는 얼마 전 친정엄마의 생신이 다가와 큰마음을 먹고 고급 식당을 예약했다. 남편에게 "우리 엄마 선물은 뭐 해드릴까"라고 묻자 남편은 "첫째네 식구까지 다 해서 식사비만 50만 원 나올 것 같은데 굳이 선물까지 해야 하냐"라고 반응했다.

A 씨가 "시부모님 생신 때는 밥에 선물 다 했잖아"라고 따지자 남편은 "그때랑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2년 뒤 장모님 칠순 때 제대로 챙기겠다"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만 했다.

A 씨는 유치하지만 복수를 결심했다. 내달 생일을 앞둔 A 씨에게 시어머니가 "나도 네가 원하는 생일 선물 해줄게"라고 하자 A 씨는 똑같이 명품 가방 링크를 보냈다.

어쩐 일인지 시어머니는 문자를 읽고도 답하지 않았고, 잠시 후 남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남편은 "제정신이냐. 우리 엄마 지금 화났다"라고 했다. A 씨가 "왜?"라고 묻자 "당신 진짜 이번에 실수한 거야"라고 답장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여성이 참다 참다 터졌다. 그런데 대화가 원활하지 않다. 물론 친정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나 형평성이 너무 기울어져 있어 속상할 거다. 남편의 책임을 안 물을 수가 없는데 사실 저는 며느리의 방식도 지혜롭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내 감정을 얘기하고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내고 대화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 뻔히 못 사주실 거 아는데 명품 가방 링크를 보냈다? 이건 분란을 각오하겠다는 얘기여서 사실은 예고됐던 싸움이다.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꼭 이해해 주셔야 할 것 같고 아내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정말 대화로 올바르게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방식을 좀 배우셔야 할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