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개월 미룬 총경 인사 단행…'총경회의' 약진(종합)

60% 이상 물갈이…전 정부 승진자들 지방 발령
전국 경찰서장 절반 교체…서울서 여성 서장 5명

경찰청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경찰이 지난 7월부터 현안에 밀려 진행하지 못했던 총경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전 정부와 각을 세운 인물들의 약진과 전 정부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들의 지방 발령이 눈길을 끈다.

경찰청은 26일 오전 총경 472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전국 750명가량의 총경 중 60%가 넘는 인원이 물갈이 된 것이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며 이른바 총경회의를 주도했던 인사가 주요 보직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이은애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이 이번 인사에서 경찰청 본청 감사담당관으로 발령됐다.

총경회의 참석자들은 징계를 받거나 좌천성 인사 조치를 받는 등 불이익을 겪었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경찰국이 폐지됐고 경찰은 총경회의 참석자들의 명예회복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감사 기능뿐만 아니라 경찰청 본청 내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기획·수사·정보 등 핵심 보직들도 물갈이됐다. 70여 명의 본청 근무 총경 중 절반 수준인 33명이 교체됐다.

지난 정부 경무관 승진 예정자로 선발됐던 이들의 총경 보직 발령도 눈에 띈다.

이충섭 경기남부청 치안지도관과 정관호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은 각각 총경급 보직인 광주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과 경북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앞서 이충섭·정관호 경무관은 승진 예정자 신분으로 지난 3월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단장과 경찰청 치안정보심의관에 선발된 바 있다. 당시 승진 예정자에게 경무관 보직을 맡긴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두 인물 모두 지난 8월 경무관 인사에서 사실상 대기발령인 치안지도관으로 배치됐고 이번 인사에서 다시 총경급 보직을 맡게 됐다.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 정부 당시 대통령실 경호·경비를 담당하는 101경비단장을 맡았던 황세영 서울청 홍보담당관은 대전청 범죄예방대응과장으로 발령이 났다.

또 12.3 계엄 당시 내란에 동조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지목받은 김완기 서울 마포서장도 제주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 서장은 자신을 두고 내란 옹호 발언을 했다고 지적한 김규환 변호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인사로 전국 경찰서 261곳 중 134곳의 경찰서장이 교체됐다. 그중 서울의 경우 31개 경찰서 중 19곳의 서장이 바뀌었으며 이중 5명이 여성 서장으로 채워졌다. 특히 구은영 신임 관악서장은 민갑룡 전 경찰청장의 부인이다.

한편 경찰은 통상 7월 정기 인사를 통해 총경 전보 인사를 단행해 왔지만 올해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상황의 여파와 조기 대선 지휘부 공백 등의 영향으로 인사가 지연돼 왔다.

특히 최근 정부가 비상계엄 관련 가담자에 대한 인적 조치를 위해 '헌법존중 TF'를 운영하면서 총경 인사는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또 인사를 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번에 500명 가까운 총경들의 자리를 교체하며 대폭 물갈이가 이뤄지게 됐다. 이번 인사의 발령일자는 오는 29일이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