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양견 입양 후 국회의원 당선…"수선이는 우리 집 복덩이"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수선이가 우리 집에 온 지 12년 됐어요. 제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던 바로 그때였죠."

어기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에게 반려견 '어수선'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다. 인생의 방향을 바꾸던 시기에 가족과 함께 찾아온, 말 그대로 운명을 함께한 가족이다.

14일 어 위원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생활하다 쉰 살이 되던 해, 고향 당진으로 내려가 정치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9대 총선 낙선이라는 아픈 경험도 겪었다. 다시 도전할지, 포기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던 시기였다.

가장 큰 난관은 가족 설득이었다. 특히 자녀들의 반대가 컸다. 이때 딸 어수정 씨가 내건 조건이 하나 있었다.

“강아지 키우면 당진으로 갈게”

그렇게 인연처럼 찾아온 아이가 바로 푸들 '어수선'이다. 이름에도 사연이 있다. 딸 이름이 '수정'인 만큼, 자연스럽게 '수' 자를 돌림으로 이름을 지었다.

수선이는 경남 진주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입양처를 찾고 있던 8개월령 강아지였다. 당진에서 진주까지 직접 데리러 갔지만, 막상 전 보호자가 쉽게 보내지 못해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어 위원장은 "그날 결국 수선이를 안고 당진으로 올라왔고, 그때부터 우리 집의 모든 게 잘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딸은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가족들은 수선을 '복덩이'라고 부른다.

올해로 12살이 된 수선이는 여전히 집안의 중심이다. 밤이 되면 어 위원장 곁으로 와 팔베개하고 잔다. 어 위원장은 "늦은 밤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존재가 수선이"라며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린다"고 웃었다.

재미있는 건 가족 내 서열이다. 어 위원장은 스스로를 '넘버 포'라고 표현한다.

그는 "1등은 딸, 2등은 아들, 3등은 아내, 그다음이 나"라며 "그래도 아무도 없을 땐 꼭 내 옆으로 온다"며 웃었다.

수선이는 깔끔하고 순한 성격의 전형적인 푸들이다. 털 빠짐이 거의 없고 배변도 잘 가린다. 제주도에 사는 딸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탈 때는, 화물칸에 태우지 않으려고 체중 관리까지 했다. "일정 몸무게를 넘으면 기내 탑승이 안 된다고 해서 다이어트도 시켰다"는 말에 애정이 묻어났다.

어 위원장은 최근 당진에서 열린 국경없는수의사회 수의료 봉사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유기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치료받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봉사하는 수의사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며 "법과 제도가 미비하니 그런 환경에서 구조견들이 지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개식용 종식 법안이 통과될 당시, 그는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 위원장이었다. 반대와 압박이 거셌지만 '이왕 할 거면 지금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는 "충분한 보상이 전제돼야 제도가 현장에서 안착한다는 점도 함께 챙겼다"고 전했다.

어 위원장은 반려견 수선이를 통해 정치인 이전에 한 명의 보호자로서 책임을 더 깊이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수선이가 오고 나서 가족 간 다툼이 없어졌다"며 "집에 모이면 늘 수선이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자체가 우리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제게 큰 힘이 되는 친구"라고 덧붙였다. [해피펫][펫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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