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동물복지지수' 공개…충남 1위·서울은 예산·인력 뒤처져

과학 기반 '동물과미래포럼' 출범
"동물운동 26년, 이제 연구로 간다"

동물과미래포럼 춮범식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동물복지와 동물권의 미래를 과학적·학문적으로 모색하는 국내 첫 지식 공동체가 출범했다. 동물과미래포럼과 동물자유연대는 10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상연재에서 '동물과미래포럼(Animal Futures Forum)' 창립식을 열고, 자연과학·수의학·인문사회과학이 연대하는 새로운 지식 플랫폼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동물복지·동물권 연구 새 틀…"구호 아닌 근거 기반 운동으로"

동물과미래포럼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 동물복지와 동물권 증진을 목표로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는 국내 최초의 플랫폼이다. 공동대표는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맡았다.

조희경 동물과미래포럼 공동대표가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조 대표는 기념사에서 "동물애호 프레임만으로는 사회 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사회와 입법기관을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 토대를 만들기 위해 포럼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출범식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 전인범 동물자유연대 이사, 한진수 건국대 명예교수, 이형주 어웨어 대표, 권유림 동변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박홍근 의원은 "개식용 종식이라는 상징적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민법 개정, 잔여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현장의 연구와 문제의식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주형 회장은 "동물과미래포럼은 융합학문 기반의 현실적 해결 플랫폼"이라며 "지속적인 연구와 지식 생산이 사회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영상 축사에서 "동물복지 정책과 연구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정부도 열린 자세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재천 동물과미래포럼 공동대표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기조강연에 나선 최재천 교수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초래하는 전 지구적 위험을 설명하며 "전염병의 대부분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동물이 행복해야 인간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열대 박쥐의 북상으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남부로 유입된 사례를 언급하며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팬데믹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동물복지 문제는 '불쌍한 동물을 돕는 일'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국 첫 '동물복지지수' 발표·2025 연구지원사업 공개

창립식에서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전국 지자체 동물복지지수'가 공개됐다.

카이스트 장대철 교수 연구팀은 17개 시도·228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조례 △인력 △예산 등 행정 역량을 평가해 지수화했다.

장 교수는 "서울은 조례 점수는 높지만 인력·예산에서 상대적으로 낮고, 충남은 세 지표가 고르게 높아 1위를 기록했다"며 "동물복지지수는 지자체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과미래포럼은 올해 처음으로 동물 분야 학술연구를 직접 지원하는 '연구지원사업'을 출범시켰다. 총 26건의 접수 가운데 5개 과제를 선정해 이날 발표했다. 선정된 연구들은 기후위기, 해양생태, 도시 공존, 제도·정치 영역까지 주제를 확장하며 동물복지 의제를 다각도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물과미래포럼 2025 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된 플랜오션 이영란 대표가 연구 과제를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먼저 플랜오션 이영란 대표는 국내 해양포유류 좌초·폐사 개체를 대상으로 세균·바이러스·기생충과 병리학적 특성을 조사해 기후환경 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한다.

충북대 수의과대학 민경택 교수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산업동물에게 발생하는 피해 규모를 거시 데이터와 농가 설문을 통해 분석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박현지 연구자는 기후재난 시대 동물원 전시동물의 복지와 기후적응 문제를 국제 비교 관점에서 분석해 국내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서울대 조경학 박사과정 박소영 연구자는 도시의 들개·제비·가로수처럼 ‘경계적 존재’로 불리는 비인간 동물들이 인간과 맺는 관계와 생존 양식을 민족지적으로 탐구해 공존을 제도적으로 재정립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오창용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의회 의석을 확보한 네덜란드 동물당 사례를 분석해 기후위기 시대 동물권 정치가 어떻게 제도화될 수 있는지를 살핀다.

남종영 동물과미래포럼 운영위원이 포럼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포럼 측은 "동물 연구자들은 한국 학계에서 여전히 '마이너' 취급을 받으며 외롭게 연구한다"며 "이들이 서로 배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향후 학술포럼, 연구지원사업 확대, 정책 제안 등을 통해 '연구 기반 동물복지·동물권 정책'의 표준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포럼 초대 운영위원은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의 남종영 대표, 박태현 강원대 교수, 윤진현 전남대 교수, 이혜원 경복대 교수, 전의령 전북대 교수, 주지예 성균관대 교수, 천명선 서울대 교수, 황철용 서울대 교수 등이 맡았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