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지우면 곧 결혼, 못 지키면 3억 준다" 각서 믿고 수술했는데…남성 잠적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대 여성이 '중절하면 3개월 내 결혼, 어기면 3억 주겠다'는 남성의 각서를 믿고 수술했으나, 남성이 잠적했다며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자 A 씨는 "저는 아빠와 단둘이 살았다. 엄마는 제가 어릴 때 집을 나갔다. 그래도 아빠가 저를 워낙 사랑해 주셔서 엄마의 빈자리는 크게 못 느끼고 컸다"라고 운을 뗐다.
공부에는 딱히 취미가 없던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르바이트하면서 지냈다고. 그러던 중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가 술 한잔하다가 10살 많은 남자를 우연히 만났고, 모텔까지 가게 됐다고 한다.
A 씨는 "이후에도 그 남자와 몇 번 더 만났지만 서로 사는 곳이 멀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라며 "그런데 제가 덜컥 임신했다. 너무 무서워서 바로 연락했는데 남성은 '내 아이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우린 그냥 즐긴 거니까 지워라'라고 해서 충격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가 펑펑 울자 아빠가 사정을 다 알게 되고 노발대발하셨다. 아빠는 그 남자를 직접 만나 '책임지고 결혼하든가 아니면 평생의 상처에 대해 보상해라. 각서 안 쓰면 수술 절대 못 시킨다'고 딱 잘라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남성은 수술은 꼭 해야 한다면서 "3개월 안에 결혼하겠다. 어기면 위약금으로 3억 원을 주겠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A 씨는 이 약속만 믿고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남성은 돌연 "사실 결혼할 여자가 따로 있다. 그 각서는 네 아빠가 무서워서 억지로 쓴 거니까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A 씨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A 씨는 "어떻게 해야 하냐? 약속대로 결혼하라고 요구할 수 있냐? 아니면 결혼 약속 어긴 걸로 소송이라도 할 수 있냐? 정말 3억 원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너무 답답하고 미치겠다"고 했다.
김미루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두 사람 사이에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약혼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약혼 해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남성의 각서에 대해서는 "A 씨의 아버지가 남성을 폭행하거나 협박하거나 감금해서 각서를 작성하게 했다면 '강박'으로 취소될 수 있다. 다만 본 사안의 경우 '강박에 의한 취소'는 어렵다. 그러므로 A 씨가 각서에 따라 남성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3억 원이라는 금액은 위약벌보다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커서 법원이 '금액이 과하다'고 판단하면 일정 부분 감액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이 애초에 결혼할 마음이 없었음에도 중절 수술을 종용하기 위해 거짓 약속한 것과 관련,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김 변호사는 "사기죄는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망행위는 단순히 속이는 게 아니다. 재산적인 처분 행위가 있어야 한다. 임신 중절 행위는 재산상 관련 행위가 아니라서 사기죄로 고소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 인해 A 씨가 정신적 손해배상이 있다고 하면 민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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