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외래어' 들어가는 정부 정책…표기법도 모르고 쓰나
(서울=뉴스1) 김형택 편집위원 = 우리나라엔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이 있다. 표기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에서 정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짜장면'은 20년 전만 해도 '자장면'만 표준어였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짜장면'으로 발음하는 것을 깨닫고, 국립국어원에서 2011년 8월에 '자장면'과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정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배우 이순재와 김혜자 최민수 하희라가 출연했던 1991~1992년 TV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최고 시청률 65%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시청률 관련 기사가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드라마 제목 '사랑이 뭐길래'는 그 당시만 해도 맞춤법에 맞지 않는 제목이었다. 바른 맞춤법은 '사랑이 뭐기에'였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이 '뭐기에'보다는 '뭐길래'라고 쓰던 터라, 국립국어원은 2011년 어미 '~길래'를 복수 표준어로 정했다. 드라마 방영 10년 뒤에 제목이 맞춤법에 맞게 된 거다.
이처럼 국어원에서는 한글맞춤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가끔 해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 부담경감크레딧'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소상공인에게 공과금, 보험료, 통신 요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5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 credit는 '크레디트'가 바른 표기법이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하단 '용례 찾기'에 들어가서 스펠링 credit를 검색하면 '크레디트 카드, 오픈 크레디트' 같은 10여 개 예시가 나온다.
정부에서 외래어 들어가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외래어 표기법을 검색해 보지도 않고 정책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외래어 표기법은 문체부 산하 국립국어원에서 정하는 거니까, 결국은 정부 내부에서 문체부가 정해 놓은 원칙을 중기부가 대충 어겼다는 얘기가 된다.
'소상공인 부담경감 크레딧'이라는 정책이 나왔을 때 아마도 많은 언론사 교열 담당자들이 황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신용카드가 등장했을 때부터 수십 년간 '크레디트 카드'로 써 왔으니 말이다.
'외래어' 들어가는 정책이 나오면, 한 번쯤 그 단어를 다른 데다 물어보거나 찾아보거나 검색해 보는 게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
k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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