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도피 의혹' 尹 기소…"수사방해 위해 통상 절차 무력화"(종합)

박성재 전 장관·심우정 전 차관, 李 출국금지해제 직권남용 혐의
조태용·장호진 前안보실장, 대사 임명 관련 국가공무원법 위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27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범인도피 의혹(일명 '런종섭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에 이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해병특검팀의 두 번째 기소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등 총 6명을 범인도피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른바 런종섭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법무부·외교부·국가안보실·대통령실 인사들과 공모해 순직해병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로 입건된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주호주대사에 임명했다는 내용이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인도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총 3가지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은 범인도피 혐의와 함께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과정에 공범으로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조·장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의혹의 핵심 당사자이자 윤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인 이 전 장관을 외국으로 도피시킨 중대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등을 기소하면서도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홍균 전 외교부 1차관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이원모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박행열 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장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등 피의자로 입건된 이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정 특검보는 "실무를 담당했던 관련자들이 많고, 가담 정도도 모두 다른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지시를 직접 받았거나 순차적으로 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말단 실무자 선까지 기소 대상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들의 불기소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관여해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경우 범죄 규명에 조력한 사정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해병대원 사망사고 진상규명 TF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가운데), 임호선(왼쪽) 의원과 지상록 경남도당 청년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사건 관련자 고발장 접수를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23.9.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외압 폭로·야권 압박서 도피 논의 시작…이종섭 대사 임명 논란 방지책도 마련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외압 의혹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자신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까지 수사가 확산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이를 차단할 목적으로 이 전 대사의 도피를 계획했다고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8~9월 박정훈 대령의 수사외압 의혹 폭로와 야권의 △이 전 장관 공수처 고발 △순직해병특검법 발의 △이 전 장관의 탄핵 추진이 이어지자 2023년 9월 12일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요구가 거세지자 같은 해 11월 19일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 임명하라'고 지시했다.

특검팀은 조·장 전 실장이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이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안까지 만들어 지시하고, 임명 절차 속행을 독촉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외교부 1차관이었던 장 전 실장은 2023년 12월 5일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이듬해(2024년) 1월까지 호주로 보내는 절차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받고는 외교부 인사 담당 공무원에게 "호주하고 모로코를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 1월 내에 부임할 수 있도록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국가의 대사 임명을 병행해 이 전 장관의 임명 사실이 묻힐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런종섭' 의혹에 연루된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2025.1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답정너' 외교부·법무부·대통령실…요식행위로 전락한 인사검증

외교부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이뤄진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은 사실상 그를 호주대사에 보내겠다는 답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이뤄진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2월 15일 인사비서관실을 통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을 시작하라고는 지시했다. 이에 이시원 전 비서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인사검증 개시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죄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받았거나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있냐'는 자기검증질문서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당시는 공수처가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해병대를 방문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한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상황이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 전 장관이 허위 답변한 점과 그의 출국금지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수사외압 의혹 등 이 전 장관 관련 부정적 이슈를 제외한 채 '임명에 문제없음' 취지의 검증보고서를 공직기강비서관에 보고했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인사정보관리단의 보고서에 남아있던 이 전 장관 관련 부정 내용을 삭제하고 '검증결과 : 문제없음'이라고 수정한 검증보고서를 최종 승인해 범인도피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1월 16일 내부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외국어 능력 검정 점수를 제출받지 않은 채 그에게 공관장 자격심사 신청 자격을 부여하고, 미리 '적격' 결과를 기재한 심사결과서에 심사위원들의 서명만 받는 방식으로 이 전 장관 심사를 마무리했다.

박성재·심우정, 이종섭 출국금지 이의신청 보고받자 해제 지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2025.10.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사실과 함께 그가 출국 금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이 일었음에도 부임 절차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데 동조했다.

이 전 장관은 본인의 출국금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지난해 3월 6일 법무부에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이재유 당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이를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에게 보고했고, 두 사람은 출국금지를 해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이 전 본부장은 이같은 지시를 하달하는 한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공수처의 출국금지 해제 관련 의견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국금지해제 방향 검토보고서' 등 내부 문건을 보고해 출국금지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3월 7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심의가 있기 하루 전에 작성된 해당 보고서에는 △이 전 장관의 출국은 공무상 출국으로 공익목적이 인정된다 △출국 후 소재지가 명확해 도피 가능성이 있다 보기 어렵다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등 이 전 장관 주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 날 공수처는 증거확보와 조사를 위해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보고 받은 박 전 장관은 재차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 해제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2025.9.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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