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쿠팡 새벽배송 밤샘 취재기…사남매 母 "왜 생계 쥐고 흔드냐"

새벽배송 제한 논란…정말 과로 심각할까?
11시간 이상 동행…위탁업체 운영방식 중요

(서울=뉴스1) 신성철 기자 = 쿠팡 위탁업체 소속 새벽 배송 기사와 11시간 이상 동행해 업무 체계를 관찰한 결과 기사를 지나치게 과로로 몰아가는 요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협력업체와 기사 개개인 성향에 따라 여건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9일 밤 8시 30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위탁업체 HR그룹 소속 새벽 배송 기사인 윤지나 씨(44)를 만나 함께 출근했다.

물류센터에 들러 물건을 싣고 배송을 마치는걸 '회전' 또는 'n차'로 표현한다. 윤 씨는 "새벽 배송 기사들 대부분 3회전을 소화하고 일부는 2회전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씨도 3회전을 돌았다.

(뉴스1TV 갈무리)

윤 씨는 19일 저녁 9시에 배송 물량 136개를 실었다. 이튿날 오전 12시 54분 배송을 마쳐 1회전을 끝냈다. 이후 새벽 1시 49분, 새벽 3시 46분 2회에 걸쳐 추가로 199개를 실었다. 아침 6시 21분이 되자 2~3회전 배송이 한꺼번에 끝났다. 새벽 배송 시한은 오전 7시까지다.

배송 기사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은 '마감 시간'보다 주민들의 '기상 시간'이다. 새벽 5시가 다가오자, 윤 씨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했다.

심야에는 배송이 필요한 층에만 들러 문이 열리면 짐을 놓고 닫히기 전에 탑승할 수 있다.

주민들이 일어나 외출하기 시작하면 엘리베이터를 홀로 쓸 수 없어 배송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주차 시비가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주 5일 보장에 휴가도 직장인처럼... 위탁업체마다 천차만별

이날 배송량은 총 335건. 윤 씨는 "편하게 배송한 물량"이라고 밝혔다.

'차수가 늘어날수록 감당하지 못할 물량이 쏟아지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윤 씨는 "물량이 너무 많을 땐 위탁업체 관리자가 나눠 배송할 기사를 배정해 준다"며 "빨리 끝낸 기사가 물량을 소화 못 하는 기사를 돕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윤 씨는 휴무나 휴가도 같은 위탁업체 소속 배송 기사 간 근무일 조정으로 보장된다고 했다. "주 5일이 아니라 주 4일을 하는 분도 있다"며 "가족 행사로 해외여행을 1주일 가야 한다면 다른 팀원이 배려해서 더 일을 나와주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과도한 물량을 공유하거나 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예비·분담 기사' 체제가 없는 위탁업체 소속 기사들은 의사와 무관하게 주 6일, 주 7일 근무로 내몰릴 수 있다.

기사 개개인이 수익을 위해 자처해서 휴무를 줄이는 걸 위탁업체가 용인할 수도 있다.

누굴 위한 새벽 배송 제한? "생계 수단 쥐고 흔들지 말라"

윤 씨는 새벽배송 제한 논의를 두고 "저희처럼 관리가 잘 되는 회사가 있는 반면에 잘 안되는 회사가 있어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냐"며 "편법을 쓰는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피해를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윤 씨는 "주간 배송 경험도 있다"고 밝히며 "같은 업무량이라고 가정했을 때 새벽 배송이 제한되면 수익이 월 150만 원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4남매의 엄마이기도 한 윤 씨는 "여자가 심야에 배송한다는 건 정말 절실한 거다"라며 "새벽 배송 제한 논의는 저희들을 생각해 주는 게 아니라 남들 자는데 일어나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 수단을 쥐고 흔드는 걸로밖에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ss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