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만져도 될까?"…내 가게서 '골든벨' 울려준 손님, 알고 보니 진상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충북 청주에서 3년째 술집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사장은 가게 문을 연 첫날 매출을 올려준 고마운 50대 손님을 이제는 더 이상 안 보고 싶다며 지난 19일 JTBC '사건반장'에 겪은 일을 토로했다.
A 씨는 "가오픈 기간에 문제의 중년 손님이 혼자 왔다. 비싼 메뉴를 시키고 점잖게 먹고 가길래 직원들도 기억하는 손님이었다"라며 "그 후에도 종종 찾아왔는데 비 오는 날에는 앵무새를 데리고 오거나 기분 좋다며 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리고선 '공연 봐줘서 고맙다'며 골든벨을 울리고 30만 원을 결제하고 갔다"고 떠올렸다.
이때만 해도 특이하고 재밌는 손님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손님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바 테이블에 앉아 A 씨에게 말을 걸면서 불쾌한 경험이 시작됐다고 한다.
손님은 "내가 필리핀에 호텔을 가지고 있다", "사장님 마음에 든다. 내 이상형과 닮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결혼하자" 등 이른바 고백 공격을 이어갔다. 이에 A 씨는 대꾸하지 않거나 "말 걸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응수했다.
A 씨가 싫은 티를 내자, 손님은 "사실 내가 부인이 5명 있고, 내 여자친구는 마카오에 있는 호텔 상속녀다"라며 되레 버럭했다. 또 A 씨가 다른 손님과 얘기하면 화가 났는지 계산도 안 하고 가버리곤 했다.
A 씨는 "한 번은 제가 가게 문을 열기 전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손님이 꽃을 들고 오더라. 가게 한가운데 서서 '들꽃의 꽃말을 아시냐. 강인함이다. 길 걷다가 사장님 생각이 나서 길에서 꺾어 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라며 "혼자 검사가 됐다가 정치인이 됐다가 맨날 직업도 바뀌더라. 근데 가끔 멀쩡하게 말할 때도 있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고 하지 않냐"고 황당해했다.
이어 "어느 날은 반려견이 죽어서 힘든 상황이었는데 위로해 줘서 고마웠다. 근데 갑자기 '엉덩이 한 번 만져봐도 될까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직원도 깜짝 놀랐다"라며 "그러더니 '내가 사는 외국에선 이 정도는 장난이다'라고 변명하는데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A 씨는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게를 이전했다. 해당 손님이 가게 마지막 영업 날 찾아와 직원들한테 햄버거를 사줬다며 "인사까지 끝내서 다시는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전한 가게에도 계속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A 씨에 따르면, 손님은 5000원짜리 맥주 한 잔을 주문하면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옆 테이블에서 남긴 안주를 집어 먹기도 했다. 가게에서 시끄럽게 굴었다가 다른 손님으로부터 "조용히 좀 먹읍시다"라고 한 소리 듣자 경찰에 협박으로 신고하기까지 했다. 당시 A 씨가 나서서 상황을 겨우 수습하자, 또 기분이 좋다며 골든벨을 울리겠다고 했다.
A 씨는 "손님한테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나서서 결제했다. 근데 돌연 '금액이 말도 안 된다'고 하더니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제게 '이 손님 받지 말라'고 하더라"라며 "그 이후 손님이 안 오고 있는데 언제 또 올지 몰라서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로맨스 진상'이다. 이제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들한테는 저런 손님한테 웃어주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다. 기본적인 예의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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