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속 숨은 역사 5곳 첫 지정…강원·경남 2곳, 전북 1곳

공원 내 일제강점기 군사유적…천왕봉 항일 바위글씨도 포함

한려해상 지심도 일제강점기 군사유적(기후부 제공) ⓒ 뉴스1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속 역사·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국립공원 중요문화자원'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첫 지정 대상 5곳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공단은 중요문화자원 제도 도입을 통해 자연경관 중심의 탐방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번에 선정된 5곳은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항일 바위 글씨와 동편제 득음명소 용호구곡, 설악산국립공원 구 희운각 대피소, 태백산국립공원 사길령 산령 각과 보부상 계문서 일괄,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심도 일제강점기 군사 유적 등이다.

지리산 천왕봉 항일 바위 글씨는 1927년 묵희 선생의 글과 권륜 선생의 필체 392자가 새겨져 있으며, 일제 강점기 민중의 울분과 저항 의지를 상징하는 기록물로 알려졌다. 같은 지리산의 용호구곡은 성리학자들이 절경마다 이름을 붙였던 구곡 경영지이자 동편제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찾았던 장소다.

설악산 구 희운각 대피소는 1969년 건립된 국내 첫 민간 대피소다. 같은 해 히말라야 훈련 중 눈사태로 숨진 원정대 10명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고, 건립자·설계자·시공자 기록이 남아 있어 자료 가치가 크다.

태백산 사길령 산령 각과 보부상 계문서는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경상도와 영동을 오가며 매년 음력 4월 15일 제례를 지내던 장소로, 계(契) 조직의 명단과 운영 문서가 함께 남아 있다. 한려해상 지심도 군사 유적은 1936년부터 구축된 일제 요새화 시설로 포진지·탄약고·막사 등 20여 점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일부 건물은 현재 주민 거주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이번 지정으로 자연·역사·문화 자원의 복합적 보전 체계를 마련하고, 탐방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