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가방 놓고 간 청년 "난 알바생" 거짓말, 열쇠공 불러 한밤 침입

(JTBC '사건반장' 갈무리)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서울의 한 식당에서 가방을 두고 간 손님이 알바생이라고 속인 후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연 뒤 식당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서울 서초구에서 생선구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가 겪은 일화가 전해졌다.

A 씨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0시쯤 남녀 손님 2명이 식사를 한 뒤 떠났다. 그 중 남성 손님 B 씨가 식당에 가방을 두고 갔다.

가방을 발견한 A 씨는 다음 날이 휴무였던 탓에 새벽 1시 30분까지 기다렸다. B 씨가 끝내 오지 않자 "일요일은 식당 휴무이니 월요일 오후 5시에 찾으러 오라"는 쪽지를 가게 앞에 붙여두고 퇴근했다.

다음 날 A 씨는 경비 보안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보안 알람이 울려 출동하자 웬 남성이 열쇠공을 불러 식당 문을 개방했다는 내용이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남성은 전날 가방을 놓고 간 B 씨였다. B 씨는 열쇠공에게 자신을 '알바생'이라고 속인 뒤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알바를 한 지 하루밖에 안 돼 점주 연락처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후 B 씨는 "가방에 휴대전화가 있었는데 일요일에 일을 가야 해서 월요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연락처를 검색해 봤는데 안 나와서 보안업체를 불렀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게 범죄인 건 알지만 한 번만 선처 부탁한다. 대구에서 쭉 살다가 서울로 혼자 상경해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청년 목숨 한번 살려주신다고 생각해 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죄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또 A 씨가 "그래도 이건 범죄다. 정당하게 처벌받으시고 두 번 다시 안 하시면 된다"고 하자 B 씨는 "두 번 다시 할 이유도 없고 메모장에 연락처만 있었으면 전화를 바로 드렸을 거다"라고 답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하시고 상황도 들으셨고 아시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강력하게 말씀하시니 정말 세상은 살만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A 씨와의 통화에서는 "제가 잘못 안 했다는 게 아니라 잘못한 게 맞고 인정도 한다. 어떻게 범죄가 아니라는 걸 모르냐. 당연히 안다. 초등학생도 아는 걸 왜 제가 모르겠나"라고 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A 씨가 "초등학생도 아는 범죄를 왜 저지르냐"고 묻자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떻게 '한 번은 선처가 안 될까' 싶어서 말씀드린 거다. 물건을 훔치러 간 것도 아니고 강도를 하려 한 것도 아니고 선처를 한 번 해 주실 수 있냐, 없냐 이거를 여쭤본 거다. 점주님 말씀대로 처벌받겠다"라고 말했다.

B 씨는 "그래요. 그럼"이라는 답변에 "애초에 선처하실 생각은 아예 없으셨다는 거죠?"라고 묻더니 전화를 끊었다.

결국 A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진솔한 사과는커녕 당당하게 선처를 요구하는 게 황당했다"고 말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법은 냉정하다. 어쩔 수 없다. 말투가 잘못됐다. 정말 제대로 사과해야 했다.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