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안돼"·"빨리 투입"·"포상휴가"…채상병 사지로 내몬 임성근의 입
계획 없던 수중수색…임성근 현장지도 후 더 깊숙이 입수한 해병
임성근 "수풀 헤치고 찔러가며 바둑판 수색"…공보활동에 '따봉'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 수사결과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은 자신에게 없는 작전통제권을 행사해 최소한의 안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수색 방법과 공세적인 수색을 지시해 해병대원이 순직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구체적으로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을 가진 육군의 철수 지시가 있었음에도 성과를 위해 예정에 없던 수중 수색을 지시했고 이로 인해 예하 지휘관들이 '바둑판식' 수색 등 무리한 작전을 실행에 옮기도록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14일 뉴스1이 확보한 임 전 사단장 등 피고인 5명의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 이양에 관한 단편명령을 위반해 해병대원들이 자신의 지시를 수명하게 하고, 늦은 작전 투입 등을 질책하며 신속한 작전 투입과 바둑판식 수색 방식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작전 수행을 강조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임 전 사단장이 언론보도 등으로 수중수색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순직사건과 관련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을 구속기소하고 같은 혐의를 받는 △박상현 전 해병대1사단 제7여단장(대령) △최진규 전 해병대1사단 포병여단 포11대대장(중령) △이용민 전 포7대대장(중령) △장 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대위)을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군형법 제47조(명령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아래는 특검팀의 공소장을 바탕으로 2023년 7월 15일부터 순직사건이 발생한 19일까지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5일 경북소방본부로부터 재난 상황 지원 요청을 받고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상황을 유선보고한 뒤 해병대 제2신속기동부대장인 박상현 대령에게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이후 임 전 사단장은 사단 지휘관 회의를 열어 해병대원 1600여 명 및 KAAV(상륙돌격장갑차), IBS(소형고무보트) 등 장비 투입 등을 준비하도록 하고 7월 17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병력을 경북 예천으로 출동시켰다.
하지만 해병대원들이 출동할 무렵, 합동참모본부는 수해복구 작전 지휘를 육군 제50사단장이 맡도록 했다. 이를 기점으로 임 전 사단장의 지휘권은 50사단장에게 넘어갔다.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는 경북 예천에서 소방 측과 만나 '소방은 수중 수색, 해병은 수변 실종자 수색 및 IBS를 활용한 수면수색'으로 임무를 조율했다. 해병대에게 부여된 임무에 시작부터 수중수색은 없었던 것이었다.
2023년 7월 18일 작전 첫날 해병대는 수변수색을 실시하던 중 예천소방서 측으로부터 '수변 아래 정찰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해병대 박 대령과 최 중령은 장화 깊이까지 수색이 가능하도록 포병대대장들에게 지침을 전파했다.
반면 포3대대장은 "무릎 깊이까지 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침을 전파했고, 포3대대 작전지역에서는 임 전 사단장이 현장지도차 방문한 이후 무릎, 허벅지 윗부분까지 입수해 막대기와 삽 등으로 바닥을 찔러가며 수색작전이 이뤄졌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8일 오전 9시 20분쯤 벌방1교 인근에서 작전 투입을 준비하는 포3대대 9중대를 만났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9중대장을 향해 "너희 몇 중대냐. 왜 빨리 투입하지 않냐"고 질책했다. 이어 9중대장이 위험성 평가를 위한 현장정찰을 하려고 하자 "왜 병력을 투입하지 않냐. 빨리 투입해라"고 또 호통쳤다.
현장지도를 이어가던 임 전 사단장은 박상현 대령으로부터 '71대대에서 실종자 시신 1구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넓은 구역에 대해 누락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때부터 임 전 사단장이 자세한 설명 없이 일명 '바둑판식' 수색 방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임 전 사단장은 상륙돌격장갑차 투입 상황과 IBS 고무보트 투입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질책을 이어갔다.
그는 IBS보트 수색을 지휘한 수색대대장에게 "일부 보트 왜 '해병대'라고 적혀있지 않냐", "왜 일부 대원들이 슈트 안에 빨간 해병대 티셔츠를 안 입고 있냐", "소방보트는 잘 다니는데 왜 우리 보트는 잘 못 다니느냐"고 따졌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상륙돌격장갑차가 투입된 모습 등이 담긴 수색 작전 관련 언론보도를 해병대1사단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보고 받자 이에 엄지손가락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짧은 시간에 훌륭하다"고 칭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해복구 작전 지휘를 맡은 문병삼 50사단장은 작전 첫날 오후 3시쯤 해병대 박 대령에게 "기상 상황을 고려해 육군은 오후 3시에 전면 철수한다. 해병대도 철수하는 것이 좋겠다"고 철수 지침을 내렸다.
이를 보고 받은 임 전 사단장은 박 대령에게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중단하면 안 된다. 종료 예정 시간은 오후 4시 30분까지 계속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임 전 사단장의 질책과 공세적 수색 독려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현장지도를 마친 후 포병여단 관계자에게 "포병도 실종자를 찾았으면 좋겠다. 찾으면 14박 15일 포상휴가를 줄 테니 대원들을 독려하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같은날 결산회의에서 "(다리) 위에서 보는 것은 수색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 71대대가 (실종자 시신을) 찾은 것 아니냐"라며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수색 작전 진행을 강조하고 손을 가슴높이까지 들어 올려 보이는 등 가슴장화 추가확보를 지시했다.
박 대령은 이어진 현장지휘관 회의에서 "사단장이 강조한 대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 교각 하단부, 수풀이 우거지거나 수목이 쓰러진 구역, 부유물 접안 가능성이 높은 구역 등을 찔러보며 정성껏 수색하라"면서 특히 포병대대장 중 최선임인 최 중령을 향해 "직접적인 행동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콕 집어 지시했다.
최 중령은 이어 포병대대장들과 만나 자체 결산회의를 주관하면서 임 전 사단장의 질책과 박 대령의 지시 사항을 전파하고 "다 승인받았다. 우리 포병은 허리까지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시는 이용민 중령의 포7대대에도 하달됐고, 장 모 포7대대 본부중대장은 중대원들이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내일(19일) 7대대 총원 허리까지 강물 들어간다"고 알렸다.
다음날인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 5분쯤 포7대대 본부중대가 수중수색 작전을 하던 보문교 일대에서 해병대원들이 급류에 휩쓸렸고, 이 과정에서 고(故)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이 실종돼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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