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피하고, 비행기·건설장비도 멈춰"…외신이 본 '신기한 수능날'
AFP, BBC 등 보도…"가족들, 시험 시간 맞춤 기도"
"단순한 시험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치르는 의식"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독특하지만 배려심 넘치는 한국인들의 수능 문화에 대해외국인들은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매년 11월 수능 시험 날이 임박해오면 한국 사회는 일상의 속도를 조절한다.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관공서·기업이 업무 시간을 조정하며, 교통신호 체계와 대중교통까지 시험 일정에 맞춰 재편된다. 올해도 약 55만 명의 수험생이 전국 고사장으로 향하면서 국가 전체는 수험생들을 조용히 지원했다.
13일 AFP 등 외신은 한국의 수능 시험 당일 달라진 풍경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은) 수능 날 금기 사항이 아주 많다. 수험생에게 터부시되는 대표적 속설 중 하나로 미역국을 피한다"면서 "미끄덩거리는 식감의 미역을 먹으면 자칫 중요한 시험에서 미끄러져 낙방할 수도 있다는 미신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외신은 수험생 가족들의 '시험 시간 맞춤 기도' 관행도 함께 전했다. 한 학부모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자녀의 시험 시간이 시작되면 곧바로 기도를 올리고, 쉬는 시간에는 잠시 멈춘 뒤 점심 시간대에 맞춰 식사를 한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부모들의 방식은 한국 수능 기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소개했다.
영국 BBC는 한국 수험생들이 "하루 8시간에 걸친 긴 시험을 치른다"며 "과목에 따라 총 200여 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각장애 수험생들에 대해 "비장애인보다 훨씬 긴 최대 13시간 동안 시험을 치른 뒤에야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체는 올해 수능 응시자가 55만 명을 넘었으며, 전국 1310개 시험장에서 동시에 시험이 시작됐다고 전하며 "이날을 위해 경찰 1만여 명과 순찰차 2000여 대가 배치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특히 영어 듣기평가 시간대에는 국내 항공편과 75편의 국제선 포함 총 140편의 항공 스케줄이 조정됐고, 드론·건설 장비까지 가동이 중단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능을 앞두고 오르는 학업 스트레스와 함께 ADHD 치료제를 '집중력 보조제'로 오해해 복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한국 식약처 자료를 인용해 "ADHD 약 처방량이 2020년 3770만 건에서 2024년 9020만 건으로 140% 늘었다"며 전문가의 경고를 소개했다.
외신은 "한국 사회는 17~18세 청소년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하루 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컨디션을 조정한다"며 "수능은 단순한 시험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치르는 의식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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