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교회·절·성당서 울린 기도…"원하는 대학 가서 행복했으면"

종교는 달라도 한마음…수험생 가족들 '합격 기원' 기도
시험시간 일정 맞춰 기도…"실망치 않을 결과 나왔으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교인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다. 2025.11.13./뉴스1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한수현 권진영 강서연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서울 곳곳 종교시설에서는 수험생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른 오전부터 교회, 성당, 절을 찾은 이들은 종교는 다르지만 다 같이 손을 모아 하나의 소원을 염원했다

이날 오전 9시 35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2층 대성전에는 밴드 음악 소리와 함께 수백 명의 기도 소리가 뒤섞였다. 두 팔을 높이 들고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는 노인, 고개 숙여 손을 모은 신도들의 모습이 보였다.

교회 대성전 입구에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기도회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입실 및 준비'부터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간까지 수험생의 일정에 맞춰 기도와 찬양 일정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성도들은 구역별로 마련된 자리에서 교구, 수험생 이름, 가족 이름 등이 적힌 A4용지 크기의 명찰을 건네받았다. 이들의 자리에는 '서울대 경영대학', '고려대 의과대학' 등 수험생의 이름과 희망 대학과 학과가 적혀 있는 기도카드가 놓여 있었다.

재수를 한 손자까지 2명의 손자가 올해 수능을 본다는 김 모 씨(70대)는 "둘이니 두 배로 마음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 목사들은 성도들 사이를 오가며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를 했다. 눈을 질끈 감고 양손을 벌린 채 기도하다 눈물을 훔치는 학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수험생 가족들의 염원이 담긴 연등이 매달려 있다. 2025.11.13./뉴스1 강서연 기자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수능 공양'에 나선 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웅전 아래 천막에는 노년층 신도들이 앉아 '관세음보살'을 외며 합장했다.

형형색색의 연등에는 '원하는 대학 합격!!' '하던 대로 실수 없이 무탈하게 수능 대박' 등의 글귀가 매달렸고, '수학능력시험 고득점 발원초'가 타오르는 자리에는 공양을 드리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계사에도 8시 40분 국어 시간부터 시험이 마치는 시간까지 시간표에 따른 기도 일정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마포구에서 손자가 시험을 보고 있다는 김 모 씨(77)는 "12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며 "긴장하지 말고 그동안 해온 대로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맞벌이하는 자녀 대신 손자를 직접 키웠다며 "손주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행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은 다른 두 곳과 달리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신도들이 오가고 있었다.

한쪽에 세워진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던 김 모 씨는 수능을 보는 아들 때문에 아내와 함께 성당을 찾았다고 했다.

아들에게 전하는 말을 묻자 김 씨는 "3년 동안 정말 너무 착하게 헌신을 다해서 열심히 해줘서 정말 고맙다"라며 "실망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