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3 대치동 '설렘·긴장' 교차…교회·성당선 학부모 '조용한 응원'

수험생들, 컨디션 조절하며 막바지 복습·자습에 몰두
"하던대로 하라고 말해주고파" "두려운 맘 덜어지길"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3일 앞둔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수능 문제집이 진열돼 있다. 2025.11.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나를 허락해 준 세상이란손쉽게 다가오는 편하고도 감미로운 공간이 아냐.그래도 날아오를 거야. 작은 날갯짓에 꿈을 담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사흘 앞둔 10일 대치동. 학원에서 모의시험을 보고 나온 재수생 정 모 씨(20·여)는 "수험 중 위로를 받은 가사"라며 뉴스1 취재진에게 음악 앱을 켜 보였다.

그는 시험장에 들어갈 스스로에게 "잘 보고 실수만 하지 마. 하던 대로 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며 "끝나면 그동안 엄마가 위에 안 좋다고 금지했던 마라탕을 먹으러 가겠다"고 배시시 웃었다.

회색 트레이닝복에 방한용 패딩을 걸친 김 모 씨(20·남)는 한결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 약대를 향한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그는 "6월, 9월 모의평가를 잘 봤다"며 미소 지었다.

김 씨는 3년을 버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며, 자신의 수능 응원가로 아이유의 '관객이 될게(I stan U)'를 꼽았다. "네 모든 날들의 어느 열렬한 관객이 될게. 난 나의 너를 믿어"라는 가사가 실린 곡이다.

수험생들은 대부분 자습과 복습에 열을 올리며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는 긴장과 설렘,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했다.

물리학도를 꿈꾸는 고3 신 모 씨(19·여)는 "매일 가던 학원이랑 독서실을 안 가도 된다는 사실에 해방감보다는 두려움이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신 씨는 시험장에 들고 갈 노트를 준비하고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수능 끝나고 아는 언니들이랑 만나기로 했다"며 "정말 열심히 삶을 사는 분들이라 혼자 쭈그러들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약국에 걸린 수험생용 영양제 광고와 교회에 걸린 수험생 응원 입간판. 2025.11.10/ⓒ 뉴스1 권진영 기자

대치동의 성당과 교회에서는 학부모와 지인들의 조용한 응원전이 이어졌다.

대치동 묘동교회 입구 앞에는 수험생 신도들의 이름과 "기도와 응원으로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수능 100일 기도 미사가 열리는 대치동 성당에서는 중장년층 5명이 적막 속에서 가만히 손을 모았다.

막내 자녀를 위해 나왔다는 전 모 씨(50대·여)는 "조금 힘들게 공부를 한 아이라 더 신경이 쓰여 기도했다"며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덜어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한 백발의 할머니는 "손자가 이번에 첫 수능을 본다. 소망하는 바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수줍게 웃었다.

한편 수능 날인 13일 시험장 입실은 오전 8시 10분까지다. 경찰은 교통경찰 등 1만 475명과 순찰차 2238대를 동원해 전국 시험장 주변 교통을 정리하고, 수험생 수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