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자택서 쏟아진 디올·로저비비에…형사처벌 불투명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조항 없어…수수 자체는 처벌 안돼
檢, '디올백' 불기소…尹 '직무 관련성' '공모' 입증 관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3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입장하고 있다. 김 여사 손에 로저비비에 손가방이 들려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 여사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디올과 로저비비에 제품들을 각종 청탁의 대가라고 의심하며 수사하고 있지만 김 여사가 형사처벌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 명품들을 받기로 공모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서 크리스찬 디올(디올) 의류, 액세서리 등 제품 일체와 로저비비에 클러치백 등을 압수했다.

특검팀이 지난 7월 25일 이후 재차 압수수색에 나선 건 김 여사가 얽힌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을 수사하면서 김 여사가 청탁 대가로 명품을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하면서다.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공사를 수의계약해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수주한 배경으로 관저 공사 수주 전후 디올 제품인 가방, 의류, 팔찌 등 '디올 3종' 세트를 김 여사가 선물받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인테리어 업체인 21그램 측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담겼다고 한다.

또 특검팀은 디올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로저비비에 손가방을 발견하며 명품 수수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고,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이 손가방도 압수했다.

로저비비에 손가방에선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김기현 의원의 부인이 적은 "남편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도 들어있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지난 7일 김 여사를 정당법 제50조(당대표경선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 혐의로 7일 추가 기소했는데, 이 손가방이 증거에 해당한다고 본다.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몫 국회의원 비례대표직'을 약속했고 이에 통일교 측에서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켜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윤심'(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호하는) 후보를 밀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권성동 의원이 전대에 불출마하자, 김 여사와 전 씨가 김 의원을 밀었고 김 의원이 당선되자 가방이 전달됐다고 특검팀은 의심한다. 김 의원 측은 김 여사의 로저비비에 손가방에서 나온 부인이 쓴 편지 내용이 보도되자, "2023년 당대표 당선 뒤 배우자 간 예의 차원에서 인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은 김 여사의 명품들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김 여사가 명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1회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지만,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어 같은 법으로 명품 수수 행위를 처벌할 길은 없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디올백' 관련 의혹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김 여사는 2022년 9월 13일 최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건네받았고 이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공개됐는데, 김 여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데다,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 규정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최 목사의 선물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팀이 수사하는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들은 청탁 내용과 공직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거나,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가 입증된다면 처벌 가능성은 열릴 수 있다.

관저 이전 공사나 당대표 선거와 윤 전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면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알선했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특검팀은 적용할 수 있다. 직무 관련성은 해당 직무에 직접 권한이 없다 하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

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모해 명품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청탁을 들어주거나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를 찾기가 어려울 수 있어, 특검팀이 '부부는 경제공동체'라는 주장을 내세워 공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논리를 재판에서 펼칠 수 있다.

김 여사 측은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며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반발했다. 특검팀의 첫 번째 압수수색 영장에는 '디올 제품 일체'라고 적혀있어 물품을 특정하지 못했고, 압수수색 중 로저비비에 가방을 발견해 추가로 영장을 청구하는 등 별건으로 수사했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오는 24일 오전 10시 소환을 통보했다. 이날에는 '디올 3종',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건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방 3종' 귀금속을 비롯한 명품 수수 건 등이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