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사라진 한국인 노모 찾아준 상인, 사례금 70만원 주자 "No~"

베트남 과일 가게 상인, 오토바이에 아들 태우고 수색
2시간 만에 '기적의 재회'…"마음이 통했다" 감동 실화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베트남에서 현지인이 실종된 한국인 관광객 노모를 찾아준 가슴 따뜻한 사연이 전해졌다. 이 현지인은 사례금도 받지 않고 한국인 모자를 도왔다.

5일(현지시간) 베트남 언론 NLD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일 오후 6시쯤 호앙 퍼엉 씨가 운영하는 푸꾸옥 쩐흥다오의 한 과일 가게 앞에서 벌어졌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 A 씨는 다급한 표정으로 호앙 퍼엉 씨에게 다가가 "어머니가 실종됐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 씨는 "가족과 함께 푸꾸옥으로 여행 왔는데 롱비치 마트 근처에서 놀던 중 갑자기 어머니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A 씨 어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어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낯선 나라에서 어머니를 잃은 A 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A 씨는 퍼엉 씨의 과일 가게가 대로변에 있고 외부에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고 "혹시 어머니가 이 앞으로 지나갔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퍼엉 씨는 A 씨가 보여준 어머니 사진을 확인한 뒤 곧바로 CCTV를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A 씨의 어머니가 불과 몇 분 전 지팡이를 짚고 퍼엉 씨 가게 앞을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본 A 씨는 "어머니가 맞다"고 소리쳤다.

퍼엉 씨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곧장 A 씨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노모가 걸어간 방향으로 향했다. 푸꾸옥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퍼엉 씨는 지리에 익숙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두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주요 도로를 샅샅이 뒤졌고, 인근 노점상에도 수소문했다. 가게 사장 일부는 "노모를 약 1시간 전쯤 봤다"고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단서를 잡은 두 사람은 수색을 이어갔고, 퍼엉 씨는 푸꾸옥 지역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렸다. 게시글은 빠르게 확산했고 시민들의 목격담이 연이어 올라왔다.

약 2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퍼엉 씨와 A 씨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던 노모를 찾았다. 노모는 실종 장소에서 약 4~5㎞ 떨어진 곳에서 조금 지친 기색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걷고 있었다.

A 씨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순간 감격했고, 퍼엉 씨는 모자를 자신의 과일 가게로 데려와 가족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리게 했다.

A 씨는 감사의 뜻으로 500달러(약 70만 원)를 건넸지만, 퍼엉 씨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현지 언론과 커뮤니티에는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유됐다. 여기엔 A 씨와 노모가 허리 숙여 인사한 뒤 A 씨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퍼엉 씨에게 건네는 모습과 퍼엉 씨 일행이 손사래 치며 받지 않는 장면이 모두 담겼다. A 씨의 노모는 지팡이를 짚고 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A 씨가 재차 현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들은 웃는 표정으로 "No"를 외치며 끝까지 거절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은 통하는 듯했다.

퍼엉 씨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특히 먼곳에서 온 손님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베트남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하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뻤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휴대전화 번역기와 몸짓으로 마음이 통했다. 한국인 손님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