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산점이 성평등인가요"…2030 청년, 원민경 장관과 토론
"여성 정책 펴려면 남성 차별 대책 필요"…인식차 해소 추진
"SNS선 '누가 더 힘드냐' 공감 실종…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남성 차별 대책 추진 배경에 관해 "성평등부 전체 업무 비율로는 매우 작다"면서도 "나머지 (여성)정책이 펼쳐지려면 이것(남성 차별 대책)이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제1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지혜를 모아가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장관은 전날 취임 50일을 맞았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남녀 성별 인식 격차 해소를 목표로 내부에 조직한 '성형평성기획과'가 마련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원 장관과의 '2030청년소통·공감 콘서트' 참여자 중 성평등 의제에 관심이 높은 청년 21명(남성 11명·여성 10명)이 참석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9명, 30대가 12명이다.
참석자들은 △여성 우대 정책 △구조적 성차별 △온라인 성별 갈등 △직장 내 성차별 △안전인식 격차 등에 관해 2시간가량 자유 토론을 진행했다.
2030남성은 성별 가산점 등 여성 우대 정책을 대표적인 성별 불균형 경험으로 꼽았다.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영화 시나리오를 공모할 때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감독이 여성이면 가산점을 받는다"며 "가산점 제도가 진정으로 성평등에 기여하는지, 성평등한 영화 산업에 일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대 남성 장 모 씨는 "조달 시장에서 여성 기업에 대한 가점 제도가 있는데 남성 대표자가 배우자 명의로 회사를 설립해 악용하는 사례를 봤다"며 "가점제보다는 성별이 균등하게 채용한 회사에 가점을 주는 등 대안을 모색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여성이 느끼는 차별의 문제는 남녀의 문제라기보다 기성세대로부터 받는 폭력이나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청년) 남성은 '우리가 만든 구조가 아니고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 위에 어쩌다 서 있는데'라고 생각하니 간극이 생긴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안 모 씨는 "아직 남성은 군대에 가는 것이 당연하고 여성은 출산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남성은 나라를 위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기 때문에 남성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구조가 크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산업 재해에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많은 경우는 남성이고 어떻게 보면 구조적 피해자"라며 "어쩌면 노동 전반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남성임과 동시에 청년이고 서울 외곽에 사는 사람이다. 남성과 여성으로 단순화하기보다 피해자를 발견해달라는 신호"라며 "행정 편의 때문에 대상을 한정하는 것은 행정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 증폭하는 성별 갈등도 주요 문제로 거론됐다. 20대 여성 권 모 씨는 "SNS에서 남녀가 '누가 더 힘드냐'는 식으로 싸우는데 의견 모두 아프고 고된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피해를 이해받고 공감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이 모 씨는 "중학생 지인이 반장 선거에서 진다고 화풀이를 하더라. 남자는 남자만, 여자는 여자만 뽑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이미 아랫세대는 인터넷을 더 많이 접하다 보니 격차가 생기고 대화가 아예 단절된다"고 말했다.
남성 육아·돌봄 문화 확산에 관한 제안도 나왔다. 30대 남성 김 모 씨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유별나다'는 인식이 있다. 남성들이 이런 것에 민감해하거나 유별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남성 육아휴직은 여성의 빠른 복귀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에 관한 인식은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30대 여성 이 모 씨는 "사회 안전에 대해 남녀의 차이가 크다. 얼마 전 칼부림 사건 당시 가해자가 젊은 남성을 위주로 가해했는데, 주위 또래 남자분이 자신도 당할까봐 안전봉을 사셨더라. 그전까지는 안심하며 살고 계셨던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김 모 씨는 "사회적 약자와 성별 차이에 의한 경험은 구분돼야 한다. 아이 유괴는 사회적 약자라서 당한 것이지 남녀 차이 때문은 아니다"라며 "묻지마살인도 여성이 사회적으로 신체적 약하기 때문이지 성별 차이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30대 남성 김 모 씨는 "남성이 화장실에 갈 때 몰래카메라 걱정을 하나. 술 먹고 집에 갈 때 안전을 걱정한 적도 없다. 여성이라서 공격받는 것이 맞는다"며 "데이트폭력으로 사랑하는 남성에게 죽어가는 등 여성은 안전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녀 차별 중 더 중차대한 것은 여성 문제다. '모든 남자가 그렇지는 않다'는 말 대신 남성이 여성 문제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 보자고 제안할 수 있을 때, 여성도 '남성에게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남 모 씨 "1인 (여성) 자영업자는 손님에게 폭언과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여성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간 여성 고용 정책이, 고용되지 않은 자영업자에게는 빈틈이 있었다"며 "기존의 피해자 지원제도를 넘어서는 제도를 고용부와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제안드리겠다"고 답했다.
20대 남성 장 모 씨는 "사회가 저성장하다 보니 힘들고 알고리즘으로 방황하다 보니 서로에게 돌을 던지고 싸운다"며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문제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KBS와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2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남성은 70.4%,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여성은 70.3%로 나타났다.
성평등부는 남녀 인식격차 해소를 목표로 전날을 포함해 연말까지 총 다섯 차례 이같은 토크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토크콘서트 이름 소다팝에는 '소통하는 청년들이 성평등의 다음 페이지를 여는 팝업(pop-up)' 콘서트라는 의미를 담았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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