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10명 중 7명 '가짜 프리랜서'…"회사 지시 받는다"

절반은 고정급·기본급 받고 휴가도 승인받아야
"국세청·노동부 협조로 실태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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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는 10명 중 8명 가까이가 회사의 업무지시와 매뉴얼에 따라 근무하고 있다며 '가짜 프리랜서'란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프리랜서·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3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5%는 계약 내용과 무관하게 "업무 내용이 회사에 의해 정해져 있거나 회사가 제공하는 매뉴얼에 따라 근무한다"고 답했다.

또 절반가량(55.2%)은 "정해진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49.7%는 "출퇴근 시간 조정이나 휴가 사용 시 회사에 미리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회사로부터 업무지시나 업무보고 요청을 받거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적 또는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명 중 1명(34.1%)에 달했다.

특히 올해 1~10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가짜 프리랜서' 관련 이메일 상담만 28건에 이르렀다. 상담 유형은 △직장 내 괴롭힘(13건) △임금(10건) △해고(9건) 순으로 많았다.

한 사례자는 "권리 대부분이 보장되지 않은 프리랜서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전 직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거부하면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했다"며 "서명 이후 계약서에도 없는 CS 업무까지 떠맡아 일했지만 해고까지 당했다"고 했다. 그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인권침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이건 단순한 계약 갈등이 아닌 인권의 문제"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례자는 "입사 후 인턴 기간 동안은 프리랜서 계약을 한다며 일방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서를 내밀었다"면서 "실제로는 이 기간에도 지시를 받아 출퇴근을 하고 근로자처럼 근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자는 "계약서 작성 자체가 없었고, 3.3% 사업소득 형태로 급여가 지급됐다"며 "해당 방식에 대한 사전 설명도 없었다"고 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비임금 노동자로 등록된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자 847만명 중 99%인 835만3800명이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사업소득자를 합산할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는 '5인 미만 위장 의심 사업장'은 2018년 6만 8942곳에서 올해 14만 4916곳으로 7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2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102조의2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국세청 등 관계 기관에 과세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국세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공받아 가짜 프리랜서 사업장 모니터링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직장갑질119는 "국세청이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과세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위장 프리랜서 의심 직종에서도 별도 증빙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자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노동부도 국세청도 더 이상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면서 "가짜 프리랜서 문제 근절과 현장 노동자 신뢰 회복을 위해 관계기관 간 적극적인 행정 협조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