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검은 '제국의 주인'…캄보디아 범죄 수괴, 87년생 천즈는 누구?
성공한 청년 사업가 이미지 포장…로맨스 스캠·인신매 등 범죄
캄보디아 총리 등 초고위층과 유착 천문학적인 범죄 수익 축적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한국인을 감금하고 폭행·고문하며 막대한 범죄 수익을 축적한 캄보디아 범죄 수괴 천즈(Chen Zhi). 성공한 청년 사업가이자 자선사업가라는 겉모습 뒤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등 거대한 범죄 단지를 운영 중인 실체를 숨기고 있었다.
18일(현지시각)캄보디아투데이 등 현지 외신을 종합하면, 천즈 회장이 설립한 프린스그룹은 수도 프놈펜 인근 '태자 단지'를 비롯해 여러 범죄 단지를 운영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스캠, SNS 투자 사기, 고액 알바와 가짜 채용공고 등 다양한 온라인 범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여권을 압수당하고 숙소에 감금된 채 범죄에 동원됐으며,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폭행과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피해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와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천즈는 1987년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나 2010년 캄보디아로 이주, 인터넷 카페 사업으로 초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부터 부동산 개발업에 진출한 뒤 2015년에는 소액 금융업체인 '프린스 파이낸스'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에는 이를 상업은행인 프린스 은행으로 전환하며 캄보디아 전역 31개 지점을 둔 대형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부동산, 금융, 카지노, 시계 제조 등 8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옥냐(Oknha·국가공신)' 칭호를 받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갖췄다.
한편 천즈 회장은 프린스 재단을 통해 1600만 달러(약 228억 원) 이상을 기부하며 장학 사업을 운영, 자선사업가로서의 이미지를 쌓았다. 2022년 캄보디아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에게 2만 달러(약 2850만 원) 상당의 고급 시계를 선물했는데, 이 역시 그의 계열사인 프린스 호롤로지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공적 활동과 달리, 범죄 조직을 통해 벌어들인 불법 수익은 천문학적인 수준이었으며 실체는 뒤늦게서야 드러났다.
천즈 회장이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캄보디아 초고위층과의 긴밀한 유착관계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훈센 전 총리부터 현 총리 훈 마넷까지 4명의 총리 고문을 역임하며, 사르 켕 전 내무장관의 아들인 사르 소카 현 내무장관과 합작회사를 설립, 시아누크빌에서 대형 카지노 호텔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2020년부터 프린스그룹의 범죄 정황을 확인하고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미국 법무부 역시 천즈 회장을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으며, 유죄 확정 시 최대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미 법무부는 천즈가 보유한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 7271개 몰수를 위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그룹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프린스은행에서는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하며 더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천즈 회장은 프린스은행 의장직에서도 물러나며 도피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일각에서는 캄보디아 시민권 박탈과 중국 송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범죄 단지와 계열사들은 여전히 운영 중이며, 피해자들의 수사 역시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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