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혐오 표현 확산…다문화 아동·청소년 '2차 피해' 우려

정체성 형성에 악영향…전문가 "정서적 지원 필요"

사진은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테초국제공항에 게양된 캄보디아 국기. 2025.10.1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캄보디아와 캄보디아인을 향한 혐오성 발언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 캄보디아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2차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 등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 납치·감금·폭행 등 강력 범죄 제보가 잇따르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캄보디아인=범죄자'라는 식의 일반화된 비난과 혐오 표현이 여과 없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캄보디아는 나라 자체가 범죄국', '비정상 국가', '캄보디아인들을 추방해야 한다' 등의 극단적 표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혐오 정서가 확산하면서 한국에서 거주하는 캄보디아계 다문화 아동·청소년들도 무분별한 비난과 혐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4%에 해당하는 8178명이 캄보디아계인 학생이다.

온라인상의 혐오가 현실 세계에서의 차별과 낙인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경우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인 아동·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혐오가 교육 현장으로 번질 경우 더 큰 문제가 된다.

안현숙 한국다문화건강가정지원협회 센터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캄보디아 아동·청소년과 부모에게 학교에서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아직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내 차별이 확산하지 않도록 인성 교육과 다문화 이해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면서 "교사 연수 강화 등을 시도교육청 및 관계 부처와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편견에 취약한 아동·청소년에게는 정체성 혼란, 심리적 위축, 사회적 고립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며 제도적 대응과 함께 실질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미혜 부산외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는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뿌리째 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혐오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배경에 대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끼게 해 건강한 자아 정체성 형성을 저해하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기본적인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학습한 편향된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이것이 특정 학생을 배제와 차별의 대상으로 만드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학교를 '다양성이 강점이 되는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문화를 조성하고, 교사들에게 반차별 윤리 의식을 높이는 연수를 의무화해 현장에서 혐오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력을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캄보디아계 다문화) 학생들이 현재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은 국가와 사회가 이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신뢰를 회복할 때 비로소 해소될 수 있다"며 심리·정서적 지원 강화와 권리 주체로서의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황 교수는 "혐오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즉각적인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결혼이민자 부모들 역시 사회적 고립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회복 탄력성 기반의 그룹 상담 등을 병행해야 한다"며 "혐오 발언에 대처하는 방법,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 정보를 구체적으로 교육해 피해 학생들이 권리 주체로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캄보디아인들을 향한 혐오가 커지면서 서울경찰청은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측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시민단체 활빈단이 서울 중구의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소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사관 측의 요청이 있거나 그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비강화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ksy@news1.kr